프롤로그

상담받고 싶어요

by 장블레스

스무 살을 넘긴 딸에게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은경이는 아내가 조산으로 힘겹게 낳은 딸이다. 정말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태어났다. 생후 6개월 뒤 정기검진을 받는 중에 뭔가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느낀 의사 선생님이 뇌 MRI를 찍어 보라고 했다.


결과는 뇌병변장애…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후 성장하면서 눈동자 이상이 생겨 사시 수술을 받고, 넙다리뼈 고정을 위해 고관절 수술도 받았다.


어느 정도 비바람이 지나가고 이제 장애아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 알고 적응이 되어가던 그 때, 또다시 폭풍이 몰려왔다. 딸에게 사춘기가 찾아온 것이다. 남동생 둘이 있긴 하지만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겪는 사춘기는 사뭇 달랐다.


매일 밤마다 소리를 지르며 책장과 옷장을 헤집어 놓았다. 휠체어를 타는 은경이는 바닥에 뉘어 놓으면 눕던지, 기어 다닌다. 사춘기가 되자 기어 다니면서 책장과 옷장을 손에 잡히는 대로 흔들어 방을 엉망으로 해 놓았다.


신경정신과를 찾아 약을 복용해 보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잘 듣는 것 같다가 나중에는 잠을 안 잘 뿐더러 소변 색깔이 변하는 등,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 복용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은경이가 우리 부부에게 한 마디 한다.


"나 상담받고 싶어요!"


"누구에게 상담받고 싶니?"


"000 목사님에게 요"


000 목사님은 장애인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목회도 하고 계신 분이셨다. 은경이가 아주 어릴 적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또 그 시설에 얼마간 다니기도 했다.


그 복지시설에 전화를 걸어 목사님과 통화를 했다. 뜻밖에 반갑게 맞아주시며 한 번 와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은경이는 상담을 받았고, 신기하게 사춘기 증상이 사라졌다.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 일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사역하던 교회를 나오게 되어 진로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내 사정을 아신 그 목사님이 한 번 사회복지를 공부해 보면 어떠겠냐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한 번 해 볼까?'라는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엉겁결에 사회복지 분야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사회복지사로 일한 지 8년 차에 접어든 지금, 그때 그 결정을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목회자로서 직장생활 경험이 전무한 내게 사회복지분야는 새로운 블루오션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낯선 길이었지만 지금은 천직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


사회복지사란 직업에 관심이 있고, 도전해 볼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부디 관심이 있으면 주저 말고 도전해 보시라! 도전해 보고 후회할 땐 하더라도 도전해 보지 않은 것에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지만, 결국 여호와의 뜻대로 성취된다.(잠 19:21)

작가의 이전글행복국수 or 행운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