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몸이 지치면 피곤함을 느끼듯, 뇌도 과부하가 걸리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약속 시간을 깜빡하거나, 누군가 했던 말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늘 멍한 상태로 일하다가 결국 우울증까지 찾아온 것이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뇌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은 뜻밖에도 **‘멍 때리기’**였다.
어릴 적, 어머니와 단둘이 밥을 먹던 어느 날이 떠오른다. 창밖으로 보이는 남산을 바라보시며 밥을 드시던 어머니의 모습. 어린 나는 그저 멍하니 계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겠다. 그것이 바로 멍 때리기였다는 것을.
요즘은 ‘멍 때리기 대회’라는 것도 열린다.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 우승을 하는 대회. 처음엔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뇌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멍 때리기가 뇌에 참 좋은 휴식이라고. 남들이 보기엔 아무 의미 없는 시간 같아도, 우리 뇌에게는 황금 같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순천만습지 전망대에서 경험한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바다와 갈대밭, 철새들이 한눈에 들어오던 풍경.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뇌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차분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산책은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이다.”
공원이나 숲길을 걸으며, 때로는 바다나 산을 바라보며 멍을 때려보자. 뇌를 혹사만 시키지 말고, 사랑으로 쉬게 해 주자. 충분히 멍 때린 후에는 아마 놀라운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오를지도 모른다.
뇌를 사랑하자. 그리고 멍을 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