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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Jul 25. 2022

나의 이름표는 둘.

'린' and '윤희'

'윤희' vs '린'


나는 내 인생의 절반은 '윤희'라는 이름으로, 나머지는 ''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힘겹게 이름을 바꾸어 냈던 그 에피소드들을 몇 번이고 말는 엄마의 기대처럼 과연 나는 '윤희'와는 완전히 다른 ''의 삶으로 살아가고 있까.




서울 소재 대학교를 가기로 결정한 날, 부모님은 걱정이 한아름이었을 것이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되지 못하, 말이 별로 없는 여학생. 게다가 서울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부모님은 서울에 가본 적조차 없, 그 많은 걱정들 중에 최고는 단연 나의 아픈 곳이었을 테고.


그 며칠 전, 수능이 끝나고 갔던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에게 들었던 말 때문이었다.

"현재 위치가 좋지 않아 여러 의사들과 협진으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데, 수술 중 사망확률은 40% 정도. 저의 아이라면 수술시키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주기적으로 정기검진을 받고 쓰러지거나 아플 때 바로 방문주세요. 그때 수술해도 생존확률은 비슷할 테니까요. 정기검진일은 꼭 기억할 수 있는 날로 정하는 것이 좋으니 정하셔서 예약하고 가세요."


그날은 안타깝게도 내 생일로 정해졌고, 그래서였을까 나는 매년 생일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다. 일 년 중 가장 싫었던 나의 생일이 이젠 정말로 지워버리고 싶은 날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때마침 이런 때에 멀리 떠나 혼자 산다는 나를 여러 날 걱정하시다가 점술가를 찾으셨고, 가족 중 내 이름만 본인에게 유독 좋지 않다는 그의 말에 따라 나의 개명절차에 돌입하셨다.


현재는 많이 완화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 이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유가 필요했다. 엄마는 법원에 매일 가셨던 것 같다. 아팠던 나에 대한 진술서를 받기 위해 방학 때 담임선생님을 뵈러 함께 학교 갔던 기억도 나고, 첨부할 서류를 위해 병원을 갔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법원은 매번 엄마 혼자 가셨고 어느 날, 엄마 퉁퉁 부은 눈으로 기쁘게 소리치며 달려오셨다.

"됐다!"



당시에는 기관마다 시스템들이 잘 연동되어 있지 않아 개명 허가를 받고 나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등록된 나의 정보들을 가는 곳마다 서류를 보여주며 ''으로 고쳐야 했다.


그중 대학교 입학 때 가장 곤란했다. 합격자는 '윤희'인데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 소개를 할 때마다 '린'으로 말해버린 탓에 친구들이 왜 이름을 속이냐고 물어오기도 했고, 입학처에 서류를 제출하고도 오랫동안을 교수님께서 '윤희'를 호명하 '린'이 대답해야 했다.


그렇게 잠시 '윤희'와 '린'이 공존하는 삶을 살았고, 휴대전화를 받을 때 '윤희야!'라고 시작하면 고등학교 때까지 날 알던 사람, '린!'이라고 부르면 대학교 친구로 나름 분류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럴 테지만 작명소에서는 새 이름으로 살면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거라며 불안한 엄마를 현혹했다. 아프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얼굴의 생김새도 변해 관상까지 좋아지고 팔자가 달라진다며 불확실한 희망과 안도감을 주었다.


그래서 내가 살아보니 어땠을까?


얼굴이 변생이 좋아진 것이라면 전혀 모르겠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여러 번 겪었기에. 하지만 그것은 이름과 관계없이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에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내가 겪었던 보통의 일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새 이름으로 살아 때 이전과는 달라지려 스스로 많이 노력했던 듯싶다. 마음 한편으로 이제부터는 이 덕분으로 아프지 않을 것 같았고 힘든 일은 이 새 이름이 걷어내어 줄 것 같아서,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엄마의 노력을 떠올리며 더 달라지려 다짐하며 살았다. 사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었을까.



아직도 낯설다. 내 이름은. 어쩌면 둘 다 모두.


옥빛 린.

아직 이 복잡한 한자를 외워 쓰지 못할 만큼 '린'은 조금 더 그러하지 싶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마지막엔 꼭 남겨본다. 꾹꾹 새겨본.

''과 친해지기 위해서. 

내가 나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더 이상 나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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