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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Jul 17. 2022

'브런치 병실'에서 시작하는 나의 상담일지

- '브런치 작가', 내겐 너무 근사한 그 말... -

정신과를 방문하는 대신 시작한 일이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두려워 말이 내어지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상담센터든 병원이든 말이 내어지지 않긴 매한가지였으므로 그저 불편하고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호흡곤란으로 엉망이던 일상마저 무너진 이후, 이제 내게는 도움받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 스스로 나를 전혀 제어할 수 없는 상태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다해보고 나서 찾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브런치'


내가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이곳. 상담치료센터처럼 내 얘기를 꺼내어보고 내가 나를 위로해 줄 수 있을만한 곳.



몇 달 전부터 혼자 글을 적었다가 다음날 모두 지웠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다시 써보았다가 또 그다음 날 지우기를 반복했던, 누군가가 보았다면 이상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매일 새벽 반복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나 이곳에서 마음을 꺼내어 볼 거라고.


어려웠다. 아니 어렵다. 아직 나라는 사람에게는. 많이. 아니 아주 많이.




언젠가 어릴 적 혼자 작은 일기장 같은 곳에 내 마음을 적어 보았던 적이 있다. 엄마가 그것을 보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는 적어 내려가지 못했다. 더 이상 연필이 그곳 위에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키가 더 이상 지 않을 만큼 자랐던 어느 날, 말로 낼 수 없는 마음을 글로 어보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가족들 중의 누군가가 볼까 봐 겁이 나서 그것을 숨기느라, 누가 보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느라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그리고는 다시 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제 이곳에 마음대로 적어 내려갈 수 있을까?

두려움에 도망쳐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나라는 사람이 쓰는 이 글이 부디 나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해석서가 되어주면 좋겠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가이드가 되어주면 좋겠으며, 누군가에게는 나처럼 살아가는 실수를 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친절한 설명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용기 내어 나의 모든 것들을 조금씩 꺼내 보려 한다. 


그렇기에 나는 나에 이 공간에 더없이 감사.



'브런치 작가'


이 근사한 말이 지금의 내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내게 온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내게 온 날 조용히 글자 하나하나 어루만져주었다. 어렵게 꺼내어 내는 나의 불편 말들 토닥토닥 위로주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만든 이상한 마음의 공간에 갇힌 것 같은 나에밖으로 열어낼 수 있는 문을 만들어 준 것 같은 느낌. 이제 금씩 그것을 열어낼 용기 쌓아내기만 하테다. 


내게 이 근사한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의 내겐 이곳이 가장 친한 친구이고 친절한 상담사이자 편하지 않은 의사 선생님이다.


온전히 나를 치유하고 나서 언젠가는 이곳에 적당히 어울리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마음을 그려낼 수 있는 마법 같은 말들로 감사함을 표현해 내어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브런치 작가'라는 이 근사한 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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