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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Feb 19. 2023

<밤잠 6시간> vs <밤잠 5시간+낮잠 30분>

- 취향대로 골라 쓰기 -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엔 꿈꿀 수 없던 고민이다. 감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6시간의 수면시간, 

밤에 모을 것인가, 

낮에 조금 나누어줄 것인가.




직장생활을 할 때엔 항상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을 깊이 알기 전 신입의 즐거움이 넘쳐났던 어느 때에는 일어나자마자 모자를 눌러쓰고 공원을 한 시간 조깅하고, 떨어진 꽃송이를 주우며 출근한 날들도 기억난다.

맞다. 내가 그랬던 때도 있었.


아침이 좋았다.

싱그러우며 고요하고 무엇이든 이루어질 것 같은 안개처럼 뽀얀 미지의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사직 후에도 그 사랑이 변할리 없었으니, 5시면 눈이 절로 떠지고 그것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남편은 더 이른 시간 출근하 집에 없으나 아이들이 곤히 자고 있어 그때와 같은 아침 조깅은 꿈꿀 수 없었지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나와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하고픈 공부도 하며 싱그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오전시간은 그리기도, 쓰기도 하는 시간. 달콤혼자만의 시간도 분명 었다.




그러다 방학이 찾아왔다. 

그리고 조금 뒤엔 아이의 학원 중단 선언도.


그렇게 조용히 나만의 시간은 자취를 감췄다.

혼자 있을 공간도 없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져 우울함이 슬금슬금 찾아오니, 그것이 제일 두려웠다. 젠가 그 효험이 떨어질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은 지금의 내게 마법 같은 묘약이었기에 사직 후 매일 약을 복용하듯 그려나갔었다.


그것이 내가 정신과 방문을 중단할 수 있었시작이었으므로 그만둘 수가 없었고, 그야말로 중독,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나에겐 아직 방이 없으니 거실에 두고 그렸다. 그곳에서 그리다 보면, 아이들이 그림 위에 낙서를 할 때도 있었고 온갖 것들이 묻어 껴 그렸던 그림들을 버릴 수밖에 없던 때도 있었다.


나의 속상함은 말로 할 수 없지만, 그들은 나와 놀고 싶어 내게 친 장난이었을 테고, 얼마나 재미가 있었겠는가. 이런 일들, 그야말로 나의 욕심스러운 일들로 아이들과 우당탕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어떻게라도 방법을 찾아야지.




그래서 아이들이 들고 나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새벽 한 시, 두 시, 세 시, 네 시. 어떤 날은 남편이 출근하려 일어나 나오면 안아주고 나 자러 들어갔다.


밤의 시간은 날아갔다. 또박또박 걸어가는 느낌이 아니었다. 날개를 달고 자유로이 떠도는 시간에 나도 하염없이 날아다닐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새벽 두세 시는 금방이었다. 아침 일곱 시쯤 일어나면 그렇게 지내지 않았던 나에게 오후의 시간은 천근만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한낮에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시간이나! 아이들이 이불까지 내어와 얼굴을 소복이 덮어주었던 바람에 밤인 것처럼 푹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날 밤, 복했던 낮잠의 덕분으로 더욱 또랑또랑하게, 아주 신이 나게 새벽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난 오후에 슬라임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은 날에는 저도 모르게 고꾸라졌고, 그렇게 낮에게 조금잠을 양보해 주었다. 




하루 안에서 본다면, 비슷한 시간을 잔 것이다.

아프지 않고는 낮에 잠을 잔 적이 없던 나는 낮잠 자는 일이 유쾌하지 않았다. 낮잠은 30분 이면 충분했다. 알람이 없이도 그 시간이면 눈이 절로 떠진다. 그렇게 밤잠을 낮시간에 조금 내어주고 나니 기운도 펄펄 나고, 간절했던 나만의 일도 다행히 해나갈 수 있었다.





사실 나에게 하루는 시 사소한 일의 연속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으로 밥을 , 같이 조잘거리며 먹고, 설거지하고, 빨래도 해보고, 청소도 툭툭하고, 책도 읽어주고, 5분에 한 번씩 모르는 것들을 물어오면 스스로 연구해 나가도록 모르는 척 이야기 나누어 , 심란해하면 안아주고, 도서관이든 어디가고파 하면 함께 가보기도 하고. 


리고 이 일들의 사이에, 내가 하고 싶은 욕심스러운 나만의 일들은 더욱 사소할지도 모르겠다. 생각을 비워내도록 그림을 그려내고, 글을 써보기도 읽기도 하고, 하고픈 공부도 하고. 지만 대단하지 못한 이러한 일들이 하루하루  나를 조금씩 치유해주고 있음을 알기에 게는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일다.



그리지 않으면 슬픔이 밀려온다.

쓰지 않으면 생각하는 방법도, 밖으로 내는 방법도 잃어버린다.

읽어야 세상을 만날 수 있고, 또 다른 행복 마주할 수 있다.


아직은 나를 통제하기 어려운 나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불안과 우울을 잠재우고 치유하는 일에 끝이라는 것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나를 위해 만든 루틴에 스스로 얽매이지 않는 날까지 이 사소한 일들을 해볼 테다.




그러니 아이들의 방학 동안은 아침의 싱그러운 시간을 잠시 포기하고, 깊은 밤의 날아다니는 시간을 아볼 것이.


이렇게 보내고 나면 봄부터 다시 맞을 아침시간을 더욱 소중히 만져낼 수 있을 테니: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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