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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Mar 27. 2023

같은 직장 배우자 + 나만 탈출기

- 혹시, 당신도 탈출 원해요? -


운명처럼 보이는 들도 조금씩 되짚어 보니, 나의 작은 우연과 당신의 또 다른 우연의 겹침이더라.




수많은 합격자들 중 부천의 한 세무서에 9명의 인원이 배정되었고, 그때 지금의 배우자와 내가 만나게 된 것, 서울이 거주지인 배우자와 부천에는 연고도 없는 나는 왜 그날 그곳에서 만나게 된 것인가.

허무맹랑한 사연들이 겹쳐 우연처럼 일어났던 일이지만, 당신과 결혼하게 될 줄은 진정 몰랐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커다란 범위에서는 유사성을 가진 일이였겠지만, 그와 나는 사실 몹시도 다른 일을 했다. 2년마다 다른 서로 발령받게 되므로 일하는 환경도, 다루는 세목도 달랐고, 같이 일한 팀원들의 분위기도 달랐다. 그리고 나의 두 번의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우리는 입사동기였지만 전혀 다른 직장생활을 했다.




같은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 장점이 뒤집으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법, 장점만큼 단점도, 단점만큼 장점도 있더라.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고 더라도 지금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이즈음이면 어떤 일로 힘들어할지, 건너고 건너 아는 직원들이 있으니 그곳의 분위기가 어떠할지 예측가능했다.


또한 예측이 아니고서라도 다른 동료로부터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특히 숨기고 싶은 에피소드들을 듣게 되거나, 실제로 보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게 는 때도 으므로 실제로 그의 눈앞에서 비참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반대로 힘든 일을 겪을 때면 같은 일을 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고충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 지난 경험들을 공유하며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었으므로 그 누구보다 좋은 동료이기도 했다.





그렇게 같은 직장에서 만나, 나만 2년 전 탈출했다. 다른 이유들과 걱정들을 다 젖히고 그야말로 숨 쉬려고, 살려고 내렸던 혼자만의 결정이었다. 때 같은 직장에 있는 배우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직도 생생한 장면이 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 그가 어느 날, 회식으로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내 손을 잡으며 고요히 말했다.


"내가 마음 편히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몸도 마음도 튼튼한 사람이 되어 나날이 웃으며 당신과 마주하고 싶은데, 한 해 한 해 점점 지쳐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미안했다.


엑셀에 쓰인 공인된 봉급표로는 아이 둘과 생활하기가 빠듯할 것 같으니 내가 꼭 함께 해야 하는데, 지금 두지 않으면 조만간 나로 인해 감당하지 못할 비용이 들 것 같았다.


말로 다할 수 없이 미안한 마음, 그 마음의 무게는 아마 당신과 같을 것이다. 당신은 일하는 것이 아직 즐겁다고, 괜찮다고 내게 말했지만 과연 그렇기만 했을까? 아닌 것을 안다. 같은 직장의 동료로서, 그리고 당신의 배우자로서 당신을 조금  알기에 그 고요했던 당신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종종 당신은 자는 중에 크게 소리치며 잠꼬대를 한다. 들어보니 직장의 일이구나. 요즘 이런 일이 있었구나 생각하다 나는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진다.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알기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손이 덜덜 떨려온다.



무슨 일을 하든 좋은 일들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하는 것보다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려운 법. 친절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제는 요즘 힘든 일이 있냐고 당신에게 물어보기보다 활짝 웃으며 아이들과 함께 당신을 맞이한다.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행복의 에너지를 채워가는 것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직은 이것밖에 없지만, 이것이 얼마나 힘이 센나는 안다. 그러니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가득 웃으며 당신을 맞을 것이다.



"혹시 당신도 탈출을 원한다면, 언제든 환영이야! 그러니 부디 오늘도 당신의 마음 그대로 기꺼이 즐거운 하루이길 바라.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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