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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Jun 30. 2023

경험의 쓸모

- 나의 경험이 네겐 두려움 -


작은 것도 꿈꾸지 못했던 때에는 꿈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하루, 매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그때에는 그저 숨 쉬고 있음에 안도했던 듯싶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 지금에서야 깨닫는 일은 왜 꿈도 꾸지 못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다. 용기도 여유도 없는 나는 어차피 시작도 못할 것이라한대,  어떤 것도 꾸지 못했던 것일까를 생각해 보면 단연코 경험의 부족이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봐!"


부모라는 나의 자리에서 내어놓은 이 말이 아이에겐 얼마나 어려울까. 무슨 의도를 가지고, 너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픈 것인지 이해했을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만 수십 년이 걸렸고, 그러는 도중 몸도 마음도 칠 정도로 아팠다. 조금은 덜 아프고 일찍 알아챘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엇보다도 네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일이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라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몹시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지만, 아이에겐 그저 "뭐 먹고 싶어?" 정도의 말로 들리는 듯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데!"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




대학교 시절, 영화를 볼 시간도, 돈도 없었다. 그러다 직장인이 된 어느 날, <Inside Out>이라는 픽사(PIXAR) 영화를 보고 또 보고 지금까지도 수없이 보았다. 스토리부터 캐릭터, 음악 등 나에게는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인상 깊었다.


"저 회사에서 잠시라도 일해보고 싶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어내것인지, 그곳에 함께 일해보고 싶다. 조금만 일찍 픽사 영화를 접해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당장에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아쉬움이 남더라.


물론 나의 으로는 턱도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저 꿈이라는 것을 가져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신나게 영어공부도 해보고, 일찍부터 끄적끄적 근사한 이야기만들어 내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랬다면 나의 선택으로 내가 이끌어가는 인생을 살아보았을 수도, 그것이 설사 남들이 이야기하는 성공의 길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인생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Inside Out> 영화를 보기 위해 수년 전, 첫째 아이와 영화관에 갔고, 그것은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영화관 방문이었다. 고요히 관람하던 도중 주인공의 상상 속 친구 분홍코끼리 '빙봉'이 수레에서 스스로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통곡을 하는 바람에 서둘러 도중에 영화관에서 나와야만 했다.


'나의 욕심이었구나!' 후회스러, 그것 아이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관 데이트가 되어 버렸다. 이후로 아이는 영화관에 가지 않았으며, 슬픈 영화를 보지 못한다.


나의 관점에서 함께 하고 싶었던 좋은 경험이 아이에게는 그저 두려운 경험이었을 뿐. 지극히 나의 취향이었고 그것을 강요한 것 같아 미안했다.




입사동기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그와 주말마다 함께 놀았다. 그는 무엇이든, 어디를 가든 처음이라는 내가 신기했던 모양이었고, 나는 정말 처음인 일들이라 놀랍기 그지없었다.


음 갔던 스키장의 초급코스에서도 뒹굴뎅굴 미끄러지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기어 내려왔지만, 멋있게 내려오며 즐거움에 소리를 지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 세상도 있구나'하고 신기했다. 또한 처럼 말을 듣지 않는 내 몸을 보며 일찍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아이가 5학년이 되고 나서 야심 차게 함께 스키장에 갔다. 그리고 아이는 또르르 눈 굴리듯 내려와서는 맹렬하게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멋진 스키 선생님과 함께 탔음에도 아이는 그날 이후 '스키'라는 단어조차 싫어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의 취향은 전혀 아니었던 모양이었고, 괜히 나의 탓으로 잠재적 여가생활 중 하나를 탈락시켜 버린 것 같아 그저 미안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후 그림을 그리고 싶어 무작정 찾아간 곳이 집 근처에 있는 성인취미 미술학원이었다. 한 달에 십만 원이 되지 않는 금액으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찾아가 보니, 연필, 색연필, 수채화 물감, 아크릴 물감, 유화 물감  잘 알지 못하는 재료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골라 가져가 자리에 앉아 그리면 되는 것이라니, 처음엔 연필화를, 다음엔 색연필화를, 그다음엔 유화를 그리고 나서는 색연필에 마음을 홀려버린 탓에 그곳을 그만두고, 색연필을 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색연필로 그려내는 인물화,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때 용기 내어 경험해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상상해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색연필이라는 재료와 그림 그리는 일에 푹 빠져 잠도 덜어내고 먹는 일도 제쳐두고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일, 이것은 용기 가득 내어갔던 한 소심이의 도전에 가까운 경험 덕분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오롯이 나만 결정으로 해본 경험은 다행히 실패하지 않았다. 두려움 가득 안고 시작했던 '사직과 그림'이라는 이 두 험은 완벽하게 부모님의 추천에 반하는 일이자, 완벽히 나의 취향을 저격한 일이었다.




경험하지 않으면 생각조차 해볼 수 없는 있더라. 나는 유독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그랬을까. 학교와 집, 그리고 언제나 침묵뿐인 세상에서 보이는 것, 버텨내야 하는 현실 외에는 어떤 것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지 못했다.


무엇도 꿈꾸지 못했다. 꿈도 없이 무지하게 성실하기만 했던 내가 지금 돌이켜보니 안타까워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은 것들이 그야말로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나의 기준으로 내가 판단한 후,  경험하도록  것. 

과연 내 마음대로 부린 욕심이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내가 예전에 했더라면 좋았을 것으로 골라 너에강요했던 모양이다. 그나마 이렇게나 부족한 엄마인 것은 이제라도 깨달지만, 어떻게 해야 너에게 가장 좋을지는 여전히 알지 못하겠다. 이렇게 나는 너라는 세계에서 실패의 경험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처럼 알 수 없는 길이래도 함께 헤쳐나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실패의 경험을 통한 보물 찾기를 함께 시작해 보자!


이 게임에서 이제는 네가 앞장서도록 , 나는 따라 가보련다. 네가 가족과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럼없이 결정하고 행동하도록 조용히 두고 보아야겠다. 결국 언젠가는 보물을 찾아낼 테니까. 그럼 지금의 수많은 실패들은 결코 실패라고 말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너라는 세계를 고요히, 너와 함께 경험 나갈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픽사 영화가 개봉했는데,
안 보면 후회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네... :D
그래도 참아야지,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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