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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Jun 23. 2023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길.

- 일 년, 고백 섞인 다짐 -

 <기대는 금물:)>


2022.6.29.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열어볼 때마다 마치 어제 받은 메일처럼 따스한 느낌. 이 복잡한 날짜도, 이 느낌도, 언제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50번째 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50편을 발행하는데 정확히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일주일에 한 편을 쓰는 것이 목표였지만, 부족한 나에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아프기도 했고 가족들이 아픈 적도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별거 아닌 일에도 입이 열어지지 않는 내게는 글쓰기도 매한가지였다.


노트북 앞에 놓인 손은 닫힌 입만큼이나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냥 그렇게 두기를 수일이었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정지된 손이 저릿해져도 그저 그렇게 두었다. 마음이 열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움직이지 않는 그 시간마저도 글을 쓰기 위한 연습이라고 다독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분명 혼자 정해놓은 '일주일에 한편'이라는 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므로. 이제는 내가 만든 강박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고 싶지 않기에, 그리고 이곳은 내가 나를 보듬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므로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럼 일 년이 지난 지금 나의 마음과 두 손은 말랑말랑 부드러워졌을까?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고치고 읽으며, 그 모든 것을 반복하는 시간을 합친다면 수치상으로는 처음보다 전혀 나아진 것이 없. 하지만  끝없는 인내심을 가진 '브런치'라는 친구가 생겼다.


속상할 때, 눈물 날 때, 미안하고 고마워서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을 때 이곳에 와서 털어놓는 기분. 그러다 못난 마음이 배어 나오기도 지만 그것마저 숨기려고 하진 않는다. 처음 이곳을 마주할 때의 그 마음을 생각한다.


내가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때, 나는 감히 글자를 술술 마음대로 부리는 멋진 작가를 꿈꾸며 이곳의 문을 두드린 것이 아니다. 부서져 사라져 버린 나를 보듬어 낼 공간이 필요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사실 내가 내가 아닌 채로 똑똑 두드렸.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분명 보이지 않게 나아지고 있다.



일 년이 되는 선물로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글들을 '매거진'이라는 형태엮어주고 싶었다.

그러려고 보니,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내가 발행한 글들을 처음부터 읽어내어야 한다는 것. 발행하기 전에는 사실 수십 번도 더 읽었지만, 발행하고 나서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다시 읽을 자신이 없었다.


이것 계기로 다시 읽어보니 우고 싶은 글도, 고치고 싶은 내용들도 너무나도 많았지만 꼭 참았다. 고치고 나서 다시 읽어도 틀림없이 또다시 고치고 싶어질 것이므로. 언제쯤이면 다시 읽어도 수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마음을 잘 내어놓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나의 글들은 아기 같았다. 이제 겨우 한 음절, 한 단어를 내는, 최선을 다해 애를 쓰고는 있으나 잘 전달되지 못하는 느낌. 언젠가는 나의 글을 읽는 순간, 읽어주는 당신과 나의 마음대로 공유될 수 있도록 곱게 페어링 되고 싶다는 작은 꿈도 가져본다.



일 년을 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사람처럼, 어느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일 년 동안 쓴 49편의 내 글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하지만 나의 글과 함께 돌아보니, 사소한 것들로 채워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던 소소하지만 근사한 시간들이 떠올랐다.


지금처럼 매일의 순간들을 기록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 가득 눌러 담은 나의 글들이 우울함이 목 끝까지 차오른 어느 날엔, 나에게 무엇보다도 힘이 센 우울의 해독제가 될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다. 나도, 나의 주변도 돌이켜 멋지게 해석해 내는 근사한 일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아이의 걸음처럼 천천히 적어나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글이 아이들이 커서 나를 이해하는 해석서가 되어주면 좋겠다. 

나의 부족함으로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은 오해나 미움들이 부디 나의 글을 읽고 그저 웃음이 나는 해프닝으로 떠올려지길, 내가 아이에게 당당하게 줄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이길 바란다.


그렇기에 오늘도 한 자, 한 자 마음을 눌러 담아 수도 없이 고치며 적어 내려가본다. 엄마라는 사람도 그저 부족한 사람 중의 하나였음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 이것밖에 되지 못했음을, 글로 내어놓는 실력은 부족해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어떤 것에도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길 글이길 가히 바라본다.



쓰고 보니 거창한 욕심인 듯 보이지만, 이번만큼은 '브런치'라는 친구 덕분으로 욕심을 내어보련다.


그러니 '브런치'야,

항상 나와 함께 있어주렴. 고마워: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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