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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지호 Aug 15. 2023

복싱을 통해 인생을 배우다.

나 : "와, 관장님 이 글러브로 맞으면 진짜 아프겠는데요?"

관장님 : "지호야, 넌 더 작은 걸로 맞았었잖아."

나 : "흠..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관장님 : "지호야, 네가 우리 체육관 선수들 중 가장 많이 맞아봤을걸?? ㅋㅋㅋ"


그렇다. 나는 6번의 프로 시합의 경험, 게다가 6전 1승 1무 4패라는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한 번도 다운당한 적이 없으니(나름 자부심) 저 작은 글러브로 수백 대는 맞았을 것이다.


이날은 같은 체육관 선수의 한국 타이틀전이 있는 날이었다.

링 위가 아닌 링 아래에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니 감회가 색달랐다.


링 위로 올라가기까지의 과정을 알기에,

선수들이 던지는 주먹 하나하나에 노력의 과정들이 눈에 보인다.


다행히 우리 선수는 상대선수의 중도 기권으로 TKO승! 

멋들어지게 타이틀을 가져올 수 있었다.


관장님께서 링 위로 뛰어 올라가 선수를 번쩍 들어 올린다.

관장님은 환하게 웃고 계신다.


나는 8년 전에 관장님을 만났었다.

그때의 관장님은 사범시절이었고, 현역 선수셨다.

그리고 나도 같이 시합을 준비하고 있었다.


관장님은 지금까지 내가 봤던 선수들 중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계셨었다.

하지만 운과 상황은 따라주지 않았다.

체육관 지도와 선수생활의 병행은 쉽지 않아 보였고,

운동을 할수록 관장님의 몸은 망가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관장님은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지도자의 길로 가기로 결심하셨다.


그런 관장님께서 훌륭한 챔피언 제자를 키우셨다.

제자를 들어 올리시며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오갔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우리 체육관 소속의 선수가 벨트를 들어 올리 후,

다른 체급의 타이틀전을 지켜보았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진행,

한쪽에서 네대를 때리면, 금세 다른 쪽에서 카운터와 함께

다섯대로 돌려주었다.

유효타가 있을 때마다 들리는 수박 깨지는 소리...


마지막 라운드까지 쉴 새 없이 주먹을 던지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서로가 빼지 않고 맞붙는 모습을 보며

정말 무서울 지경으로 소름이 돋았다.


마지막 라운드가 종료되었고,

어느 선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었다.


경기 결과가 발표되고, 이내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한 명은 승리로 인한 기쁨의 눈물을,

한 명은 패배로 인한 아쉬움의 눈물을


링 위의 세계는 잔인하다.

두 선수는 같은 목표를 위하여 준비하였지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나의 손이 올라가지 않으면, 말이 좋아 경험이지

나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순간이다.




나는 복싱을 통하여 인생을 배웠다.

어중간한 노력을 하였을 때 얻는 패배의 아픔을 배웠으며,

나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웠으며,

맞을 것을 알면서도 상대에게 들어가며 맞서는 용기를 배웠으며,

결국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장애물들을 향해

오늘도 거침없이 주먹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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