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11월, 철길을 보면
덜컹거리며 떠나고 싶은 달
지지대 같은 숫자들이
오리를 데리고 가거나
눈사람을 녹이며 가는 달력 속에서
11월은 짝을 이루어 서 있어
외롭지 않은 달
가로수 길을 보면 긴 11월 같다
나뭇잎들이 낡거나 헐렁해진 거리
땅과 하늘 사이 텅 빈 도로에는
추운 물줄기들이 땅 밑으로 숨는다.
온갖 동그라미들로 더러워진
달력들 숫자들은 비틀거리며
묵은 날짜들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등과 앞이 11월 같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은
적당한 거리의 평행선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은 것
11월은 둘이 함께 가는 길
미끄러운 길을 다듬으며 가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