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내가 작성한 후회의 목록엔
왠 노인들이 이렇게나 많을까
발 빠른 나이를 먹는 노인들과는 달리
나는 늘 뒤늦은 나이가 드는 걸까
봄볕에 머리 감겨 드리지 않는 일
정든 가구를 버리라 했던 일
뽀족한 말의 끝을 살피지 않았던 일
늙은 집과 점점 멀어졌던 일
세상엔 묵음의 날짜로 지나가는 달력도 있어
후회는 무수한 동그라미로 표시되고
어쩌다 다정했던 기념일들이
드문드문 휴일 같을 때
나보다 더 멀리 간
노인을 따라가지 않고
자꾸 기다리라고 한 말
어느새 끝 쪽에 앉아있는 노인을 향해
왜 그런 위험한 곳에 앉아있냐고
또 역정을 냈던 말
당신이 나의 후회 목록이라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길 바랄 뿐
하나하나 후회를 살피다 보면
그 많던 후회를 모아 두었던 노인들은
후회마저도 주섬주섬 싸가지고 갔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다
시작
▶낙엽 속에서 유년의 기억을 더듬는다
쌓여서 거름이 되어가는 언어들, 누런 잎 속에 남겨진 언어에는
흩어진 가족이 있고, 삶의 무게를 진 어깨가 있고, 곁을 떠나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내 겨드랑이에 체취로 남아있는 옛집의 언어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
후회는 긴 문장이 되어 빈 노트를 메운다
후회의 목록이 나의 근원이었다는 것을 안 지금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그리운 눈사람 만들어 달빛과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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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간지 시현실로 등단
시집 「내일도 나하고 놀래」 「단추들의 체온」 「소낙비」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3년 07월 04일입력 : 2023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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