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는 사람

김화연

by 김화연

김화연



사람은 사람을 감춘다.

견고한 금고도

음습한 지하실도 없어

다 드러나는 얼굴 표정 속에 감춘다.

주소를 찾아와서는 사람을 찾는다. 벽에 붙은 가족사진은 먹구름 에 문을 못 연 여름 한 철을 푸념한다, 가을을 준비 못한 슬픔을 뒷문 베란다에 숨기고 단정한 머리를 풀어헤친다.

내 눈빛은 대낮 부엉이 눈이다.

어부의 뒤집힌 쪽배다.

사람은 사람을 감춘다

라일락 향기에 인사 나누던 이웃들

붉은 상수리열매 떨어지던 늦가을 이야기도

찬이슬 맞은 이불속에 숨겨야 한다.

햇살유리창에 갈색 커튼이 드리워지고

빈 저녁이 전구들을 끄고 있다

찬바람이 잎들을 감추는

오늘은 입동이다

감추는 사람은 속을 앓는 사람

뒤짐을 당하는 사람은 뒤지기 적당한 사람이다

다람쥐 입들이 가을의 열매를 구름 밑에 감추듯

숨겨진 방에

빈방하나 만들어

사람은 사람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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