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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by 김화연


애벌레가 꿈틀할 때

잠의 매듭이 풀렸다

다시 묶인다.

한자세로 견딘 꿈이

다른 자세로 방향을 바꿀 때

날개가 돋아 날 자리인 듯

등 뒤가 간지럽다

오동나무는 관(棺)인 듯

또는 관(官)인 듯 고요하기만 한데

가잠의 영혼이 마침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돌아눕는

꿈틀

꿈의 틀이다

내가 잠시 휘청 할 때

바람이 나뭇잎의 앞뒤를 골고루 맛볼 때

멍하니 잠겼던 생각이

화들짝 제자리로 돌아올 때

정신 줄 놓은 엄마의 사경을 열 때

그때가 꿈틀,

지구가 돌아눕는 때이다.

꿈이 꿈의 공간을 넓히는 일

사실, 온 몸을 비틀어

꿈틀,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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