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솜氏의 유래를 따진다면
손끝, 입 끝의 재간쯤 되겠다
기울어진 그늘을 바로세운다거나 정갈한 햇빛을 모으고 물방울 소리
를 내는 빗방울을 뚝딱 고쳐내는 사람의 성씨일 것이다 또 우리 엄마
열손가락 쓴맛 단맛 짠맛 구수한 맛이 골고루 베어 나오던 그런 손맛
의 이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솜씨 중에 솜씨는
사람을 잇는 솜씨가 으뜸이다
저 먼 곳에 사는 사람을 가까운 곳으로 오게 하는 일처럼 아득한 세
월을 끌고 와 푸른 시력과 시큼한 입맛을 그대로 옮겨오는 솜씨, 햇살
과 찬이슬과 바람을 조리해 편백나무의 과녁을 맞히는 솜씨.
오랫동안 숨겨 논 이불속 씨앗을 겨울 흙무덤에서 꺼내기도 한다.
계절을 잃은 씨앗 하나 꺼내어
맛깔나게 푸른 싹이 돋게 만드는 손끝
지나간 날과 앞으로 다가올 날을
아무렇지 않게 이어놓은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솜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