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삼촌이 새로 사서 끌고 온 삼천리 자전거
빛나는 은륜 두 짝 중
앞바퀴를 눈여겨보았지
코스모스 허리를 가진
삼촌의 중심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어
핸들 , 그 양쪽의 방향을
요리조리, 비틀거리면서 잘도 달렸지
가을 지나
겨울 초입에 귀마개를 하고 달리던
기찻길에서 중심을 잃고 구르던 뚝방길
바퀴들은 제멋대로 돌고
작은 머리는 모난 돌멩이에 처박혔지
산 중턱에 멈춘 반 바퀴
흙무덤에 땟밥이 돋을 때 쯤
난 중심을 배우기 시작했어
조금 성한 앞바퀴를 걸쇠에 걸고
삼촌이 익혀놓은 앞바퀴로
좁은 길도
휘어진 길
거리낌 없이 달리던 길
공손한 외톨이의 일방통행이지만
은륜이 빛났던 삼촌의
그 운전 실력은 지금도 유용하지
가끔 캄캄한 밤이면
밤하늘에 비추는 달빛에
동그란 안경테 흔들거리며
허공을 굴러가는
빛나는 삼촌의 은륜이 보이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