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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 장

by 단추들의 체온

by 김화연

김화연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일을 생각하다

제대로 구겨진 적이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낱장으로 펄럭인 얼굴

제철에 핀 꽃들 주변에서만

머뭇거리는 얼굴

변덕스런 집의 안팎을 살피며

비위를 맞춘 적이 없는 얼굴

어디 적당한 봉투를 만나면

척척 몇 번 접혀서

딱 알맞은 크기가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이젠 슬슬 얼굴을 접을 때라고

얼굴은 말하고 있으나

차마 접기 힘든 낯을

질끈, 눈감는 일로 대신하고 있다

손으로 물을 떠서 얼굴을 씻을 때

얼굴은 펴지고 대신 물이 구겨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접고 펴는 동안

눈은 까마득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새로 생긴 말을 미처 배우지 못한 입은

침묵을 택할 것이다

좋았던 시절의 누구도 모른 척하게 될 때

그땐 마지막 표정 하나를

질끈, 접게 되겠지

거울 속엔 아직 몇 번은 더

접혀야 하는 할 것 같은 낱장 하나

뻔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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