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두부 집
빨간 대야에 담겨있던
네모반듯한 두부
콩을 갈아 펄펄 끓인 후
몽글몽글 구름이 뭉쳐지듯
간수 물에 응고되던
네모반듯한 하얀 두부
쌀쌀한 날씨엔 도마 위에 올려놓고
무딘 칼로 썰어도 곧잘 썰리고
어떤 재료에 넣어도
보글보글, 지글지글하며 잘 맞는 두부
이 없는 노인에겐 우물거리는 별미였고
오물거리는 아이의 첫 음식인
물렁물렁, 부들부들한
순하고 여린 두부
그 어떤 재료보다도
반듯한 모양의 두부 한 모가
누옥의 밥상에 놓인
언뜻 보면 목화솜 이불같이
배고픈 입안을 다독이는
반야般若의 맛
아무리 무거운 무게를 얹어놓아도
두부는 딱딱하게 굳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