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햇살 따뜻해지면
집안의 그늘진 것들이 집밖으로 나온다.
하반신에 아랫목 든
혼자 살고 있는 여자
자식들 모두 집나간 집에는
주변마다 푸른 넝쿨들 가득하다 ,
지긋한 여름을 떠나려는 푸른 보따리들
얽히고설킨 매듭 야무지다
해마다 여름은 저 혼자
푸른 보따리 싸매고 다시 풀곤 했다.
말뚝 같은 씨앗 떨어지면
오도 가도 못하고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던 들판
저 푸른 보따리 풀어보면
옛날 옛적으로 시작되는 환한 미소와
쓰지 않아도 배부른 손때 묻은 동전들과
여문 씨앗에 내렸던 지긋한 장마
회색 그늘 빛이 있는 축축한 식구들의
머물다간 옷들이 뛰어가거나 걸어 나갔다
이제 그 속은 텅 비어 있다
문틈으로 들어 온 햇살 만지작거리는 여자
계절에 묻어 온 저녁바람으로
벽지에 국화 몇 송이 피워놓으며
다시 싸맬까, 따라 갈까
그늘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