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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틈

by 김화연

김화연

봄의 틈 틈마다 민들레가 핀다.

시멘트 바닥에 갈라진 틈

틈이란 빠져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비집고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손발들의 완력에서 소원해진 틈

그 틈에 피어난 민들레

봄은 제 앞섶인양,

민들레 코사지를 달고 있다

톱날 잎으로 쓱싹쓱싹

쌀쌀한 봄바람을 자르는 민들레를

틈의 일종이라고 말하고 싶다

틈은

가깝지도

더 멀어지지도 않는 사이

앞섶에 꽃을 달고

관심을 가지고 화해를 자처하는 곳이다

바라볼 수 있는 간격으로

못 본 척과 못들은 척 앞에

절대라는 말을 쓰지 않는 사이

지칠 줄 모르고 퍼붓는 냉정에 햇빛 한줄기

웃는 당신과 우는 나 사이에

뒤틀린 곳들마다 틈들이 핀다.

함부로 메울 곳이 아닌

그 틈에서 넉넉한 협소들이 피고 있는 곳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너와 나 사이

양지에 민들레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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