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주름살

by 김화연


상수리나무는 자글자글 주름이 많다

우여곡절이 나무의 나이테를 만들고

계절이 만든 몽고주름 눈두덩이는

다 슬하를 돌보는 힘이라고

가을이 되면 툭툭 잘 익은 잔소리를 떨군다

그런 상수리나무의 잔소리를 듣고

꼬리가 예쁜 숲은 겨울의 식량을 저장하고

잡식의 우거진 털은 제 몸에다

탐식의 두께를 더한다

귀를 열고 상수리나무의 한 그루를 듣고 온 날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엔 상수리나무의 동년배쯤 되는

주름 많은 얼굴이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었다

그 주름 속엔 몇 명의 자식들과

뭉툭한 옹이 같은 옛날 말들이 들어 있다

휩쓸리지 않고 열매를 키워내는 나무는 없을 것이므로

푸른 이파리 다 떨어진 뒤의 주름은

촘촘하게 얽힌 바람의 흔적이다

주름은 세월을 가로 세로로 촘촘히 접고 있다

웃음 반, 울음 반에 섞여 접힌 흔적의 주름

표정을 잘 살피면

슬픈 일과 즐거웠던 날의 비례를 읽을 수 있다

이리저리 바람에 휩쓸리는 나무들

알고 보면 웃는 중일 테고

또 우는 중일 것이다


출처: 사람을 감추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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