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수선하는 섬

by 김화연


엉킨 파도를 잇고 푸는

사람의 손에선 잔잔한 물결이 묻어 있거나

말끔하게 수선된 파도 소리가 난다

파도는 물의 기분

사나워지면 물의 감정이 된다

어설픈 어부의 시절엔

헐렁한 파도 속을 몇 번 빠져나온 경험이 있지만

그물의 방식에는 건져 올려지는 것들과

빠져나가야 할 간격들이 있다

어선이나 어부들에겐 거센 파도지만

고래와 물고기들에겐 파닥이는 넓은 숨인 것처럼

밤하늘 반짝이는 은하수도 어쩌면

누군가 우주로 던져놓은 그물이 아닐까

그물의 좁은 간격으로 작은 물고기를

넓은 간격으론 큰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어부는 이미 뼈마디 굳은

파도의 간격에 익숙해져 있다

잔잔한 바다에선 윤슬의 매듭으로

파도를 수선하는 섬이 있다

오동도나 거문도에

저 촘촘한 별 무리의 그물을 던져놓으면

해 뜨는 아침과 해 지는 저녁이

파닥거리며 걸려들 것이다


(2024년 여수해양문학상수상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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