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달리던 계절은
아침저녁으로 머뭇거린다
북향이 섞인 날씨들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한 며칠쯤 뒷날에 맡겨놓은
여러 식물들의 성장점
머뭇거리는 날씨들을 겪은 채소나 과일들에선
생장점을 넘은 헛된 맛이 나기도 한다
흐릿한 날 저녁은 허기가 빨리 온다
입속으로 달려가는 숟가락들
내 손과 입이 머뭇거리는 사이
언니의 키는 문지방을 넘보듯 자랐지만
머뭇거렸던 일들은 두려움이라는 문턱 높이가 있다
잔뜩 흐린 반나절 같은 머뭇거림
우산에게 물어도 묵묵부답 같은
그런 질량들은 약 처방전으로
혹은 장롱 속에 접어들었던
간절기의 두께로 소환된다
그런 일례로 보아 계절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식물들의 고유한 처세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