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Australia)는 1879년 세계최초로 인공으로 얼음을 얼리는 방법을 개발했다.
냉장선으로 영국까지 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해상 물류 길을 열었고 한국과 약 15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시차는 1시간에 불과하다.
양국은 1962년 국교 수립 이후 짧은 역사임에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섬과 반도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상 교역량의 90% 이상이 해상 물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자국의 수출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호주는 수출입 교역 국가 중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
철강석, 석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수출하며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에 경제적 영향력을 많이 받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 일본과의 총액보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더 큰 것이 오늘 우리의 대외 경제 관계 현 주소다.
셋째, 다양한 경제적 협력 공동체 분야에서 교류하고 있다.
양국은 2014년 12월 12일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를 발효했고 10대 교역 국가로 발전시켰다.
1989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정부 차원의 지역경제협력체 창설에 합의했고 이후 호주 캔버라에서 각료 회의를 열었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 최대의 지역 협력체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로서 양국은 설립의 산파 역할을 주도했다. 더불어 서방의 경제모임인 G7가 확대된 세계경제 협의기구 G20의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넷째, 일본 제국주의 피해와 강제 동원된 한국인 희생자들이 있다.
일본은 호주로 연결되는 미국과 영국의 해상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1942~43년에 걸쳐 약 100회 공습을 했다. 잠수함을 이용, 시드니 항구까지 진입하였고 시드리 페리를 침몰시켜 호주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치열했던 태평양 전투에서 연합군은 호주에 포로 수용소를 ‘카우라(Cowra)’지역에 설치했다.
카우라 포로수용소는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대규모(약 1천명)의 대탈출사건이 발생된 것으로 기록되었고 이 수용소에는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된 한국인 약 150명이 수용되었다.
탈출 사건의 포로들은 사살, 체포, 부상을 당했고 많은 탈출자들은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이유로 전사하지 못하고 다시 포로가 되면 가문의 수치라는 선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대탈출 사건으로 매장된 일본인 포로들을 카우라 지역에‘일본인 전몰자 묘지’를 조성하였고 호주 유일의 공식적인 일본군 묘지로 승인받았다.
이 묘지 안에 일제 식민지 강제 징병된 한국인들이 함께 묻혀 있다.
일본군 포로들은 한국인들을 “열등한 존재(inferior)”로 취급하였고 포로의 탈출 대열에 빈손으로 강제로 선봉에 내세워 연합군에게 많이 희생되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 일제강점기 호주와 남태평양 지역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조형물을 조성하였고 얼마 전 설치 장소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블랙타운 시 주최로 제막식이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는 참전용사, 블랙타운시 시장, 호주 한인회 관계자 등이 참석하였다.
27년째 세계 최장기 연속 성장률 보유국가인 호주는 우리나라와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로 중요 무역 파트너 관계 구축을 하였고 연평균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약 15만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주의 이미지를 질문하면 아마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Outback Steak House)가 포함되어 있으리라.
영어로 ‘오지’를 뜻하는 명칭과 호주식으로 꾸며 놓은 식당 내부가 호주기업으로 인식되나 실상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매장이 있는 미국의 외식업체이다.
호주에 대하여 또 한가지 연상을 제안하고 싶은 것은 블랙타운시 RAAF(Royal Australian Air Force Memorial Park) 기념공원에 있는 「한-호주 평화증진 및 태평양전쟁 희생자 추모 조형물」이다.
추모공간의 설치는 민족정신과 동포에 근거한 과거사 진상규명과 비극적인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적 가치관을 올바르게 확립하는 데 중요하다.
아웃백 사례처럼 정확히 알고 있음이 많은 것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머나먼 해양국가 호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 인식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각각을 이해하여 전체를 파악하고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는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특히나 최근 과거사에 관한 그릇된 역사 인식에 기반한 잘못된 관념들과 의아심들이 무분별하게 증폭되어 노출되고 있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여겨진다.
호주 아웃백스테이크에서 한 끼 후 많은 이들이 추모조형물을 방문하여 기억해 준다면 가해자의 국가로 동원되어 피해자로 맺힌 삶을 마감한 먹먹했던 그들의 인생을 조금은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호주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일본보다 뒤처진 한국이 이를 추월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더 많은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면 좋을 듯 싶다.
영국에서 개최되는 금번 G7회의에 한국과 호주가 초청받아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세계인을 대표한다. 평생 열등한 실체로 살아왔던 호주 속 그들이 사후 세계에서 이제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고 존재 자체가 있는 그대로 공감받고 존중되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