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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소녀

by 이기병

사람은 누구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합니다.

김정란 집사님!.

언제나 입가에 환한 치아를 드러내며 따뜻한 말과 미소로 저와 성도들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주셨던 분이셨습니다.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그늘 한편 없이 항상 환하게 웃는 얼굴이셨죠.

소녀처럼 해맑은 얼굴로 인사를 나누고 교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시면서 “하나님 은혜 가운데 잘 지냈어? 한 주간도 많이 보고 싶었어” 늘 안내를 맡은 저희들의 어깨를 다독이시면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분이셨습니다.



언제나 마음과 정성을 다해 예배를 드리시고 댁에 가시면서 손을 흔들어 주시고 가셨죠.

검은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어 언젠가부터 우리는 집사님에게 ‘흰머리 소녀’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실 때 전화로 안부를 물으면 흰머리 소녀는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목사님, 성도들의 안부를 꼭 빠지지 않고 챙기셨죠,

그런 분이셨습니다



댁에 심방 가서 뵐 때도 정성을 다해 예배를 드리셨어요.

자녀와 특히 아들, 손자 기도를 꼭 부탁하셨습니다.

“우리 아들은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공부 잘 가르치고 손자들은 이 나라에 보배 같은 일꾼으로 건강하게 잘 지내며 가족 간에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기도 제목이셨습니다.



심방 갈 때마다 손수 먹을 갈고 화선지를 방바닥에 펴시고 성경구절, 사자성어 등 붓글씨를 항상 쓰고 계셨죠.

“붓글씨 쓰는 재미가 정말 쏠쏠해요”라며 해 맑게 웃으시면서 “근데 붓글씨를 배우지 않았다면 신앙생활 더 열심히 했을 텐데” 말씀에 모두가 함박웃음을 터트린 게 불과 얼마 전 같습니다.



이웃 간에도 어머니, 때로는 언니처럼 다정다감하게 대해 주시면서 주변 마음의 아픔을 알아주시고 함께 나누는 삶을 사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런 분을 보내드리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흰머리 소녀와의 아련한 기억을 더듬으며 닿을 수 없는 그리움만 가득 번지네요.



하나님 나라에 계신 김정란 집사님!

좋은 나라에 잘 있으시리라 믿어요.

자식, 손자, 교회, 세상사 모든 걱정과 시름 잊으시고 이젠 외롭지 않은 하나님 영광이 가득한 그 곳에서 무한한 위로와 은총이 충만하시길,,,

집사님과 함께 믿음의 생활할 수 있어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후기: 장모님의 사연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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