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마수드 후사인

by 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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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웃사이더라는 말을 들으면, 젊을 때 읽었던 콜린 윌슨의 책 <아웃사이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니체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저명한 인물들이 사실은 아웃사이더였고,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어쩌고 하는등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문제가 있는 성격과 기질을 공통적으로 지녔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읽고 있자면, 뭔가에 취한 듯 홀린 듯 격정적으로 글을 쓰거나 작곡을 하거나 춤을 추는 예술가가 절로 떠올랐다.

저자는 그들이 스스로 사회의 테두리를 부수고 나온 자들이라고 찬미하는 어조로 썼는데,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광기가 좀 있는 이들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한 마디로 뇌가 남들과 좀 다른 식으로 발달한 이들?

얼마 전에 긱geek 경영자를 다룬 책을 번역한 탓인지, 그 단어도 절로 떠오른다. 스티브 잡스도 그 범주에 속하지 않았을까?

이 책의 원제는 <<Our Brains, Our Selves>>인데, 뇌에 문제가 생겨서 아웃사이더가 된 이들을 다루고 있다. 기억을 잃어가거나, 성격이 충동적으로 변하거나, 유령을 보거나, 남편을 불륜 상대라고 착각하는 등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이다. 아웃사이더를 자처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낙인이 찍히면서 사회로부터 베재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례들을 다룬 책을 번역하다 보면, 어떤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들이 늘 나오는 한국 드라마와 잠시 콧등이 시큰할 정도로만 짧게 보여주고 마무리하는 미국 드라마의 차이라고나 할까? 병을 앓으면서 변해가는 사람과 주변에서 지켜보면서 동정과 연민, 분노와 좌절, 상심과 체념을 고루 겪는 가족과 친지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서술하는 수준이 다르다.

한때는 저자의 글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그런 책들을 많이 번역하다 보니 그게 아니라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곤 한다. 공감하되 감정이입의 정도가 다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런 태도 덕분에 멜로드라마나 신파에 빠지지 않은 채 저자가 그 이야기를 적은 의도에 더 집중할 수가 있다. 물론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책을 번역할 때 잠깐 콧등이 시큰한 장면을 접하면서, 정말 글을 잘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뇌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덕분인지, 요즘에는 뇌 관련 책이 아주 많이 나온다. 어떤 책이 좋은지 고르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그래도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뇌 영역의 이런저런 특징을 이야기하는 에전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범위를 점점 넓혀가는 중이다.

이 책은 그 범위를 사회와의 동화와 추방이라는 영역으로 확대한다. 이민자로서 낮선 세계에서 의사가 된 저자는 자신이 영국 사회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뇌 질환을 앓는 이들의 이야기와 엮는다. 저자는 이런저런 뇌 질환을 앓는 이들의 심신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병이 알려짐으로써 겪게 되는 사회적 외면과 소외(이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철학 용어가 되어버렸지만), 배제와 추방을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친절하고 솔선수범하는 동네 주민이자, 친구들 사이에서 모임을 주도하고 유머와 해악이 넘치는 사람이었건만, 뇌 질환이 심해지자 점점 주변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진다. 연민과 동정과 보살핌의 대상이 되는 단계를 지나면, 이윽고 사람들이 꺼리고 외면하고 포기하는 상태가 된다. 동화되지 않은 이민자와 다를 바 없는, 한 동네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얼핏 스쳐갈 뿐인 섬 같은 존재가 된다. 추방자나 다름 없어질 때도 있다.


이렇게 보면 극과 극은 통한다고 흔히 말하듯이, 뇌 질환 이야기도 다시 사회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양 비친다. 지난 겨우 수십 년 사이에 사회는 거의 모든 것을 과학과 기술로 해석하려는 열풍에 휩싸였으며, 과학의 성과를 기를 쓰고 외면했던 인문학은 그 후유증에 톡톡히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행동이나 정신의 모든 문제를 뇌의 이상이나 장애 탓으로 돌리는 듯한 분위기에 문득문득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뇌 때문이니 좀 봐달라고 하는 시각과, 그런 이유로 법적, 사회적, 윤리적 책임이 경감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시각이 맞서면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책들은 양쪽이 맞서고 있는 그 전선에서 당신도 수고한다고 손을 내미는 것처럼 느껴진다. 뇌만 보고 환자가 지닌 뇌의 문제만 살펴보던 의사도 이제 눈을 들어 그 병이 환자의 삶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과 사회에 어떤 영향과 파장을 미치는지 살펴보려고 시도한다고 할까. 아마 좀 더 지나면 뇌 질환을 인간 관계뿐 아니라 인문과 사회와 예술 등 인간사의 온갖 분야와 연관짓는 책도 나오지 않을까? 과학과 기술의 해석이 압도하면서 인문학이 쪼그라든 것이 어떤 피해를 입히고 있는지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