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무케르지
깊이감 또는 무게, 진중함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를 저서에 불어넣는 데 탁월한 저자들이 있다. 내가 볼 때 무케르지가 바로 그렇다.
첫 저서인 {만병의 황제의 역사}에서 저자는 암의 영어 단어 cancer가 게crab와 어원이 같다는 말로 새로운 지식과 깨달음을 제공했다. 이처럼 그는 고대의 문헌들을 뒤져서 남이 몰랐던 이야기나 일화를 찾아내어 적절히 배치하는 일을 잘한다.
이런 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옛 인물이나 저서의 인용은 어느 책에서든 으레 볼 수 있지만, 대개는 이미 잘 알려진 일화나 문구를 언급하기 마련이다. 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면 베살리우스나 플레밍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언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인물들이 쓴 글을 꼼꼼히 읽고 그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지인들의 자료까지 훑어서 독자에게 새로운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 저자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굳이 그 정도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무케르지는 그런 쪽으로 매우 공을 들인다. 세포의 이야기를 다방면으로 다룬 이 책에도 생물학 교과서에 한두 줄 언급될 뿐인 세포론의 창시자인 슈반과 슐라이덴, 현미경의 발명자 중 한 명이자 미생물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레이우엔훅, 세포의 기원을 규명한 피르호 등 세포학의 발전에 기여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상세히 실려 있다. 여간 꼼꼼히 자료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 많다.
자료 조사를 해서 찾은 내용을 다 책에 싣고 싶은 것이 모든 저자의 욕심이긴 할 텐데, 적절히 배치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런데 무케르지는 그 방면으로도 탁월하다. 고대 문헌부터 최신 유전학, 면역학, 암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룰 뿐 아니라, 암에 걸려 사망한 친구 이야기, 자신의 우울증 이야기 등 여러 일화와 지식을 적절히 엮으면서 감명적인 태피스트리(서양 저자들이 즐겨 드는 비유를 따라하자면)를 짠다. 그렇기에 다른 과학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무게가 책에 깃든다. 물론 책 자체도 두껍고 무겁긴 하다.
또 딱 가슴이 아리면서 울컥하는 지점에서 아픈 사람과 가족의 이야기를 멈추는 능력이란! 창 밖으로 슬픔에 잠긴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련함과 애잔함과 어렴풋한 슬픔과 회한에 잠기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나 할까.
이렇게 좀 찬미하는 듯한 어조로 표현하긴 했지만, 세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을 수도 있다. 이 책만이 아니라 요즘 첨단 의학과 생물학 지식은 따라가기가 좁 버거울 정도니까 그런 내용이 실려 있다면 그러려니 하고 훑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자의 전작들을 다 번역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전작들보다 더 범위가 방대하므로 그렇게 느껴진다. 왠지 코로나로 의사로서의 본업조차 제대로 못하던 시기에 쌓은 지식을 다 풀어놓았다는 느낌도 들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