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맥개빈
곤충은 징그럽지만, 곤충 이야기는 재미있다. 사실 요즘은 유튜브의 갖가지 신기한 곤충 영상들이 더 시선을 사로잡지만, 책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 아마 요즘은 영상에 담을 소재를 찾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 눈에 잘 안 띄는 곤충의 숨은 세계를 살펴보는데, 데이비드 애튼버러 같은 저명한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자나 곤충학자와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동업자를 향한 존경심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독자의 입장에서는 곤충책이 다 비슷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번역자의 입장에서 보면 저마다 특색이 있다. 먼저 무지막지하다라는 표현을 써도 될 만치, 온갖 별나고 색다르고 기이한 곤충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가성비를 따지는 독자라면 같은 돈을 주고 산 책에서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으니 최고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곤충의 문제는, 아니 곤충책의 문제는 곤충이 워낙 다양하다는 데 있다. 100만 종이 넘는다고 해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지 모르지만, 각 곤충 집단마다 모습이 제각각 다르고, 각 신체 부위를 기술하는 용어도 종류마다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게다가 그 용어는 전문가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대응하는 우리 용어가 없는 것도 부지기수일 뿐 아니라, 있는 것도 한자어가 많고 한글화도 쉽지 않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마냥 곤충의 입을 입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구기라고 불러야만 했던 시절도 있었다. 워낙 곤충 애호가가 많아지면서 그런 엄격한 태도는 느슨해져왔지만, 아무튼 별난 곤충 10종을 소개하려면, 전문 용어 백여 개를 소개하고 각 용어의 설명까지 붙여야 할 수도 있다. 딱히 찾아서 읽고 싶은 독자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곤충책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곤충들을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면서 행동, 번식, 먹이, 생태를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책처럼 더 크게 얼개를 짜서 곤충의 진화와 역사, 인류와의 관계, 요즘 자주 언급되고 있는 멸종과 관련지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기기도 한다.
아무튼 곤충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러나 번역자로서는 골치가 아프다. 어떤 곤충책이든 간에 우리 나라에 없는 종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온갖 자료를 뒤져서 그 곤충의 이름을 찾고, 없으면 분류 체계와 지역 등을 따져서 새로 짓는 작업을 해야 하니까. 작년에 새로 발견되었고 아직 분류도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 학명을 그대로 쓰는 수밖에...그런 학명이 많아질수록, 가독성은 떨어진다...
곤충책의 역자 말을 쓰려 할 때면, 으레 내가 겪은 별난 곤충 이야기를 넣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어지간하면 자제하지만 편안한 지면이니까 여기서 하나 소개해보면 이렇다. 혹시 딴 데서 언급한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워낙 독서 과잉 증후군에 시달리다보니...
오래 전 등산가들이 즐겨 읽던 <<월간 산>>이라는 잡지에는 살 파먹는 곤충 이야기가 이따금 실리곤 했다. 강원도 오지에 갔다가 살 파먹는 벌레에 물려서 칼로 파내야 했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오대산에 갔다가 내가 실제로 그 일을 겪었다. 텐트에서 자는 데 옆구리가 계속 가려웠다. 모기에 물린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긁었더니 딱딱한 몽우리가 만져졌다. 벌써 부풀었나보다 생각하고 피곤해서 그냥 잤다.
다음날도 계속 뭔가 만져졌지만, 그러려니 하고 등산을 했다. 정상에 올라가서 다시 만져보니 더 커진 듯했다. 그래서 윗도리를 벗고 살펴보았더니, 모기가 아니었다. 까만 곤충이 꽁무니만 내민 채 틀어박혀 있었다. 이런 일화를 이야기할 때 으레 그렇듯이 좀 과장해서 떠벌이자면, 꽁무니 폭이 1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깜짝 놀라서 잡아 뜯었더니, 머리는 그대로 박힌 채 반만 뜯겨져 나왔다.
결국 친구가 등산칼로 파내야 했다. 괴담이 현실이 된 셈이다. 그 흉터가 지금도 남아 있다.
당시 등산 잡지에는 그 곤충의 정체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는데, 아마 진드기 종류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이렇게 말하면 곤충이 줄어든 세상이라 더 안심이 되지 않냐고 말할 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색다른 경험은 해볼 만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두고두고 이야기할 거리를 겪지 못하는 세상은 얼마나 밋밋할까? 물론 요즘처럼 진드기에 물려서 치명적인 중증혈소판감소증에 걸리는 사례를 보면 알 말이 아니긴 하다.
이렇게 곤충은 온갖 괴이한 삶과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접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그 온갖 으스스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 들려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낯선 곤충 용어가 나왔을 때 적절한 우리말을 찾느라 구글 이미지 검색까지 하면서 뒤질 때면...게다가 깊이 있게 검색을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인터넷에 그 온갖 자료가 떠돌아도 정작 찾는 곤충 해부도는 없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