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짧은 일기
비가 미친 듯이 온다. 더 많이 오기 전에 일찍 퇴근해서 다행이다. 번개가 친다. 습관처럼 천둥이 치길 기다린다. 어디는 되게 가까운 곳에, 어디는 되게 먼 곳에 뇌우가 쏟아진다. 누군가에게는 긴 밤일까 알량한 걱정을 꺼낸다. 큰 비에 피해를 입은 사람과 동식물이 없기를 바라본다.
일기를 쓰려고만 하면 펜이 도망가는 것인지 늘 적절치 못한 펜만 쥐어진다. 이렇게 폭우가 내리는 밤에 집이 있음에 감사한다.
홀로 있는 시간을 선호할수록 나이가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어제보다 오늘 홀로 있는 게 더 좋다. 어른이 되는 건 꽤나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