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일기
그동안
나에게 솔직하기가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아홉수의 하반기는 쉼 없이 달리며 울던 상반기와는 다른 일들이 펼쳐졌다. 사는 나라를 옮겼고, 새로운 집에 살고, 새로운 연구실에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덜 울게 되었다. 줄어든 근무시간 덕인지, 늘어난 수면시간 덕인지, 더 자란 덕인지 모르겠지만 버텨냈다. 그 말로만 표현할 수 있는 날들이 있었다. 많이 걸었고, 애써 웃었고, 푹 잤다. 그것 만으로 시간이 지나서 기뻤다.
가진 것에 감사하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고, 놓친 것에 울기에는 자라버린 나. 이 시간과 경험이 내 인생에 기억될 순간이겠지? 그렇지 않고 잊힌다면 오히려 그 나머지가 더 흥미로운 삶일 것 같아 그것도 기대된다.
부정적인 글을 담으면 현실이 될까 봐 내내 미루다가, 그 지점을 지나쳐 글을 쓴다. 내가 버틸 수 있는 일이 일어나고, 그걸 버티고 행복한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