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때 활짝 피는 꽃, 사람
옛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우화가 있다.
한 노승이 깊은 산속에서 도를 닦으며 홀로 지냈다.
어느 날, 마을에서 소년이 그를 찾아왔다.
소년은 목이 말라 허겁지겁 물을 찾았다.
노승은 물동이를 내주었고, 아이는 벌컥대며 물을 마시고는 물었다.
“스님, 이 물은 왜 이렇게 맛있어요?”
노승은 잠시 웃더니 말했다.
“배고픔은 음식의 맛을 돋우고, 목마름은 물맛을 알게 하지. 너의 ‘기쁨’은 지금 네 안에 있었던 거란다.”
소년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날의 물맛은 평생 기억 속에
남았다.
이 짧은 우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일깨운다.
기쁨은 대단한 사건이나 거대한 보상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의 틈,
결핍이 채워지는 짧은 충족감에서 솟아나기도 한다.
기쁨을 발견하게 되는 일상의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무심코 켠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
식탁 위 햇살이 딱 한 줌만 들어올 때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의 문자 알람이 울릴 때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도착할 때
잘 마른 이불의 냄새가 코끝에 닿을 때
하루가 무탈하게 저무는 순간에 …
스피노자는 기쁨을 “존재의 힘이 확장되는 감정”이라
정의했다. 그는 ‘슬픔’이 우리의 존재감을 축소시키는
감정이라면, ‘기쁨’은 우리의 가능성과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역할이라 말했다.
기쁨은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존재가 더 나은 방향으로
확장되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우리는 때론 기쁨을 목표로 여길 때가 있다.
‘이걸 하면 행복할 거야’, ‘이걸 사면 기쁠 거야.’ 하지만,
기쁨은 언제나 결과가 아니라 상태에서 피어난다는 걸
기억하자.
기쁨은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할 때 다가오는 감정이다.
누군가와 눈이 맞을 때, 마음을 다한 인사를 받을 때,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갑자기 바람이 내 뺨을 스쳐갈 때.
그럴 때 우리는 이유 없는 ‘기쁨’을 느낀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에 의하면 기쁨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스스로를 환영할 때 느끼는 감정이므로 의지와 매우 밀접하다고 한다.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이미 기쁨은 당신 곁에 앉아 있는지도 모른다.
기쁨은 늘 거기 있었다.
다만 우리가 바쁘게 스쳐 지나가며 놓쳤을 뿐이다.
오늘 당신이 스쳐 지나간 기쁨은 무엇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