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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

by 김지향

행복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것을 외부에서 찾으려 애쓴다.

더 많은 부, 더 높은 명예, 더 큰 성취 속에

행복이 숨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뜻밖의 인물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지목했다.

그는 막대한 부나 명성을 쌓은 기업가도,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도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티베트 불교 수행자이자

전직 분자생물학자였던 마티유 리카르 스님이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리처드 데이비드슨 교수를 비롯한

신경과학자들은 그의 뇌 활동을 12년에 걸쳐 측정했다.

실험 결과, 긍정 감정과 깊은 자비심과 연관된 전두엽과

측두엽 영역에서 전례 없는 강도의 활동이 관찰되었다.

2004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된 이 연구는 지금도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자료 가운데 하나이다.

그들은 리카르 스님을 단순히 수도승이 아니라, *행복의

신경학적 가능성을 입증한 살아 있는 증거”로 평가했다.


그렇다면 리카르 스님이 말하는 행복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이타심이다.

‘이타심(利他心)’이란 문자 그대로

‘자신보다 타인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을 뜻한다.

그러나 단순히 남을 돕는 행위 이상의

깊은 철학적 뿌리를 지닌다.

서양의 윤리학에서 이타심은 종종 자기희생적 사랑으로,

혹은 도덕적 의무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리카르 스님은 이 개념을 더 확장한다.

그는 이타심을 *인간이 타고난 본성과 과학적 가능성의

결합”으로 정의한다.

이타심은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훈련과 성찰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내적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이타심》에서 이렇게 묻는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은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가,

아니면 우리의 진정한 본성을 드러내는 것인가?”

수십 년간의 명상 훈련과 최신 뇌과학 연구가

내놓은 대답은 이러하다.

인간은 본래 자기 보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타인을 향한 공감과 배려의 능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

이타심은 유전자의 명령을 거스르는 반자연적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 뇌가 진화 과정에서 발전시킨 가장

고귀한 자산이라는 말이다.


심리학적 연구 역시 유사한 사실을 보여준다.

물질적 풍요는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행복을 거의

증가시키지 못한다.

반면, 이타적인 행위—누군가를 돕거나,

나눔을 실천하거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순간—

우리의 뇌는 보상 회로를 활성화하고, 옥시토신과 도파민이 분비되며, 주관적 행복감은 크게 상승한다고 한다.


리카르 스님은 이를 과학적 언어와 불교적 언어로 설명한다. 그는 이타심이야말로 *개인의 만족을 넘어선,

세상과 연결되는 가장 확실한 행복의 길”이라 역설한다.


운이 좋게도 나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보낸다. 그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나의 책무이지만, 학생들의 다수가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 온 가정의

아이들이므로 나는 동시에 그들의 정서적 안정을 돌보아야 할 책임 또한 느낀다.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소박한 담소 속에서 나의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들의 웃음이 나의 하루를 채워줄 때면 오히려 내가 더 큰 행복을 선물

받고 있음을 깨닫곤 한다.

이타심이 나의 행복을 채우는 순간이다.

그럴 때면, 나는 리카르 스님의 말이 단순한 추상이 아님을

실감한다.

행복은 누군가를 돕는 그 순간, 나의 행복으로 되돌아온다. 학생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오히려 그들 덕분에 더욱 활기차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 작은 일상의 경험이야말로, 행복과 이타심의 가장 구체적인 증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그 행복이 나 혼자만의 성취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한, 그것은 모래 위에 세운 성처럼 쉽게 무너질지 모른다.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세상에 기여하며, 자신을 넘어선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로소 우리는 풍성한 행복을 얻게 된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이다.

이타심은 단지 타인을 위한 마음이 아니라,

곧 우리 자신을 위한 행복의 열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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