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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날에 부치는 위로

별이 된 그대에게

by 김지향

나의 어설픈 성과에도, ‘잘하고 있어. 계속 이렇게 해도

정말 충분해!“하며 늘 응원해주는 소중한 분이 계십니다.

몇 일 전 그 분의 어머님께서 이승의 여정을 마치셨습니다.


슬픔이 밀려오지만, 이 글은 그분의 삶을 기리며, 남겨진

자의 그리움을 품어 조용히 올리는 헌정의 시문입니다.


오늘, 나는 한 편의 시를 읊고 싶습니다.

푸르른 하늘 아래, 마음 한 자락을 띄워 보내고 싶은 날.

미당 서정주의 「푸르른 날」은,

시인의 생애나 그늘을 넘어서,

그저 언어의 운율과 감각만으로도

우리 영혼을 붙드는 시입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그리움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사랑은 죽음 이후에도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죽음은 영혼이 육체의 족쇄로부터 벗어나 참된 세계, 곧 이데아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말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육신을 떠나보낼지라도,

그 존재의 ‘참됨’은 이 우주 어딘가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별의 재로 만들어졌고,

죽은 후에는 다시 별의 일부가 된다.”


삶은 별에서 시작되었고, 죽음은 별로의 귀환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것이 아니라,

그를 더 넓은 우주로 보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리운 마음이 밀려드는 날엔

그리운 사람을 실컷 그리워하자는 미당의 시구는,

단순한 감상 이상의 존재론적 성찰로 다가옵니다.

그리움은 영혼의 잔향이며, 사랑의 지속입니다.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이 한 구절은, 계절의 순환 속에 담긴 생의 본질을 압축한

언어입니다.

소멸은 완전한 사라짐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의 변환이며

한 생이 스러진 자리에 또 다른 생의 의미가 피어납니다.


오늘 나는, 조용히 불러보고 싶습니다.

슬픔이 너무 커서 말로 다할 수 없을 때,

시는 말이 되고, 음악은 기도가 됩니다.


그리운 이를 하늘의 별 하나로 떠올리며,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는

우리,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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