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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티움 소선중 Apr 02. 2024

브랜드 기본 다잡기 – 上

마케팅 서적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브랜드’, 대체 뭐길래 그러는 거지?

브랜딩. 익숙한 개념이지만, 막상 실전에 적용하자니 너무 어려운걸?

마케팅, 광고, PR(홍보), 브랜딩.. 다 비슷해보이는데 무슨 차이지?




기본용어 익히기


 마케팅, 광고, 홍보(PR), 브랜딩!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익숙한 단어이고 뜻도 대충 알고는 있지만 막상 네 가지의 차이를 명확히 말하라 하면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아무도 네 단어의 정확한 정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학계에서 많이 쓰이는 4가지 개념의 정의와 차이를 아래 그림처럼 알기 쉽게 정리해보았다. 마케팅은 “난 너무 예뻐”라고 직접 자신을 알리는 방법인 반면, PR(Public Relations)은 “날 믿어도 돼. 걔 진짜 예쁘다니까?” 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방법이라고 한다. 광고는 “난 너무 예뻐”라는 말을 반복해 지속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방법이며, 브랜딩은 상대가 먼저 “내가 보기에 너는 너무 예뻐”라고 자신을 알아보게 하는 방법이다. 



<(좌) 마케팅 / (우) 홍보(PR, Public Relations)>


 

<(좌) 광고 / (우) 브랜딩>



 위 방법 중에서 한 가지를 활용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 4가지 방법을 동시에 비교해 봤을 때는 상대가 먼저 자신을 알아보게 하는 ‘브랜딩(Branding)’의 영역이 꽤나 까다롭게 느껴진다. 필자는 여기서 브랜딩에 주목하려 한다. 산업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마케팅과 광고/프로모션 기법들이 변화하면서(AI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 간 마케팅 업계를 이끌어온 콘텐츠/퍼포먼스 마케팅의 몰락이라는 말까지 대두되고 있다. 반면에 다시 기본으로 회귀하는 ‘Back to the Basic’의 차원에서 브랜드에 대한 중요도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데, 자사가 가진 경쟁 우위의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잡아 반복하는 것이 그만큼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브랜드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맺어진 하나의 계약과 같다. 브랜드는 제품/서비스, 기업 그 자체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이끌어 내는 본원적인 기능을 갖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 제품/서비스를 관리하기 용이하게 한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통해 제품의 제조자와 출처를 파악하고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렇게 특정 브랜드에 호감도와 로열티를 갖게 되고, 결국 기업의 이익을 갖다 주는 요소가 된다. 제품을 카피하거나 디자인을 유사하게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품이 아닌 ‘진품’을 그토록 비싼 값을 치르고 사는 데에는 브랜드의 역할이 크다. 소비자의 브랜드 로열티를 훔쳐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브랜드는 기업의 입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갖는 자산이다. 


 앞으로 약 10편을 연재하게 될 시리즈 <브랜드 핵심 기본서>에서는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인 ‘브랜드’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부터 브랜드를 잘 운영하는 실무 전략까지, 브랜드에 대한 모든 것을 마스터하는 과정을 밟으려 한다. 그 시작을 알리는 <브랜드 기본 다잡기> 2편에 걸쳐 브랜드의 기본을 차근차근 알아가보자.







브랜드(Brand)의 정의


 브랜드에 대한 모든 것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브랜드’의 정의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비즈니스 거장 ‘필립코틀러’는 브랜드를 ‘이름, 언어, 신호, 상징, 디자인 또는 이들의 결합체가 경쟁관계에 있는 타사의 제품과 차별적이며 판매집단이나 판매자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체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미국 마케팅협회는 ‘특정 판매자 혹은 판매자 집단의 제품/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 상대의 제품 및 서비스와 차별화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명칭, 언어, 사인, 디자인, 상징 혹은 이들의 조합’으로 브랜드를 정의내렸으며, 이와 비슷하게 ‘KBMA 한국브랜드경영협회’ 역시 브랜드를 ‘제조업자 또는 유통업자가 자기의 기업, 제품, 서비스의 정체성(to identify)을 만들고 경쟁자의 기업, 제품, 서비스와 차별화(to differentiate)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활용하는 이름, 용어, 숫자, 심볼, 캐릭터, 슬로건, 디자인, 패키지 또는 이들의 결합체’라고 정의했다. 


 위에서는 브랜드를 엄청 어렵고 복잡하게 설명한 듯하지만 세 개의 정의 모두 결국 ‘정체성과 차별화’ 라는 핵심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여러분은 ‘샤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이키’하면 또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무엇이 다른가? 이 두 가지를 여러분들의 머릿속에서 구분 지을 수 있는가? 여러분들이 방금 머릿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분들이 샤넬, 나이키, 아디다스를 수백, 수천 개의 경쟁 브랜드와는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통틀어 브랜드를 ‘경쟁사와 차별적으로 인식되는 제품/기업의 이름 및 소비자 머릿속에 형성된 무형의 이미지’로 정의한다.






브랜드(Brand)의 어원/기원


 브랜드는 당연히 선사시대 때부터 존재하던 개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브랜드(Brand)’의 근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당시에는 문맹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수많은 상점에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그 상점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특정한 그림/표식을 상점 앞에 걸어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저명한 작품을 만드는 미술가들은 그림 한 켠에 본인이 그린 것이라는 표식을 남겨놓곤 한다. 이러한 문화가 남아있는 것은 과거의 한 켠에서 누군가가 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술자들이나 공예품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특별한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특별한 표시를 통해서 자기 작품을 타인의 작품과 구분되게 했고, 이는 자기 작품을 보증해주는 도구로 점점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하게, 목장 주인들은 가축이 자신의 것이라는 표시를 남기기 위하여 가축(소와 말)의 등에 인두로 ‘K'자 등 어떤 시각적 표시를 나타냈었다. 이렇게 찍힌 고대 노르웨이 말들의 낙인이, 오늘날 브랜드(Brand)라는 단어의 원천이 되었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한데, 정리하자면 브랜드(Brand)의 어원은 “불에 달구어 지진다”, “화인(火印)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되었다. 이 어원을 본 따 국어사전에서는 브랜드를 “제조업자가 제품의 품질을 증명하고 고유권을 나타내기 위하여 불에 달구어진 쇠붙이로 인두질하여 만들어 낸 표(標)”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브랜드의 어원 및 기원


 즉, 옛날 사람들이 그들의 가축, 상품, 작품에 대한 소유를 나타내고, 타인의 것들과 차별하기 위하여 어떤 표시를 하기 시작한 것이 곧 브랜드의 유래인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글을 남기면서 그 위에 자신의 손도장을 찍었을 때, 그의 손바닥 표시가 곧 브랜드다. 예수님이 십자가(+)로, 불교가 만(卍)자로 표징되는 것, 국기가 그 나라를 상징하는 것 역시 브랜드의 일환이다. 


 최근에 좀더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의 어원/기원과 관련된 학설이 있는데, 브랜드가 단순히 ‘식별’의 목적 뿐만이 아니라 ‘가치’를 구분하기 위해 쓰인다는 것이 그것이다. 좋은 풀을 먹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우리집 소와, 그렇지 않은 곳에서 자란 소가 시장에서 같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은 부당하여 더 높은 가치를 받기 위해 소에게 표식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남들과 다르다는 식별의 역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브랜드의 국내 도입


 브랜드의 기원에서 알 수 있듯, 브랜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단지 ‘브랜드(Brand)’라는 개념이 하나의 단어로 정립되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데에 시간이 걸렸을 뿐, 우리는 항상 알게 모르게 자신의 표식을 남기기 위해 브랜드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었다.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유명한 예술가들은 자신의 소유를 드러내기 위해 작품에 자신만의 표식을 남겨왔고, 십자가 모양의 목걸이를 하며 자신이 크리스천임을 당당하게 드러내 왔다. 한국에서도 브랜드의 개념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는 있었지만, 브랜드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브랜드보다 '상표'라는 용어를 더 익숙하게 썼고 실제 우리나라에 브랜드란 개념이 들어온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에게 브랜드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이고 큰 가치를 갖고 있는지를 알려준 사건이 있었다.



 모기약 브랜드 ‘에프킬라’, 아마 한국에서 이를 모르는 사람은 갓난 아기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이다. ‘에프킬라’는 ‘까스명수’와 ‘쓸기담’으로 잘 알려진 삼성제약이 1960년 국내 최초로 110년 역사의 일본 살충제 메이커인 ‘긴죠(대일본제충국주식회사)’의 기술을 도입해 가정용 살출제를 생산/판매하면서 탄생했다. 


 1999년까지 40여년간 살충제 시장의 정상을 지켜오며 승승장구하던 ‘에프킬라’는 1997년 IMF 경제위기로 모기업인 삼성제약이 흔들리며 위기를 맞이했다. 1998년, 삼성제약은 결국 에프킬라 브랜드와 살충제 생산 공장을 387억원에 글로벌 기업인 미국 존슨(한국 존슨)에 매각했다. 거래 당시 삼성제약의 살충제 부문 가찬 가치가 90억인 점을 감안하면 에프킬라의 브랜드 가치만 297억이나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한국 존슨이 에프킬라를 그 금액으로 인수한 것은, 인터넷에도 없던 그 시대에 소비자의 입을 통해 이미 고유명사화된 에프킬라가 그만큼 강력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한국 존슨의 예견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에프킬라 인수 이후 다양한 응용 브랜드를 만들어 급부상하며 살충제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삼성제약은 2004년 ‘삼성킬라’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다시 살충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다. 기존의 경험과 노하우, 삼성제약의 명성만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당시 소비자에게 ‘삼성킬라’란, 단지 ‘에프킬라가 아닌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당시 삼성제약의 사정으로는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겠지만 ‘되돌릴 수 없는 크나큰 실수’로 평가한다. 




 


 반면에 대우자동차는 이와 반대되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IMF 금융위기 때 대우자동차가 워크아웃(기업회생) 판결후 GM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과정에서 4,140억이라는 헐값에 팔리게 된다. 당시 GM이 인수한 인수자산 순액이 1조 3,838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었는데, 전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은 GM이 대우를 거의 공짜에 인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당시 대우자동차라고 하면 떠오르는 강력한 브랜드가 없었다는 것(르망, 티코가 그나마 떠오르는 브랜드였지만 이 또한 강력하진 않았다)이 업계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정설이다.



 위와 같은 대우와 에프킬라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브랜드 경영', '브랜드 자산 관리' 같은 경영전략들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브랜드’의 파워를 많은 경영자와 전문가 및 일반 사람들에게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브랜드의 가치’는 절대 무시할 정도로 가볍지 않다. 브랜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운영하는 기업 또한 브랜드를 잘 운영하기 위한 전략적인 관리계획들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는 국내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브랜드 관련 학과나 전문 실무교육 과정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남들과 다른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


 <브랜드 기본 다잡기>에서 우리는 브랜드의 정의부터 브랜드의 역사까지 브랜드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리하자면, 브랜드란 남들과 다른 아이덴티티(정체성)로 가치를 제공하는 존재로, 시장에서의 중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브랜드는 기술과 산업의 발전에 따라 비슷한 퀄리티와 비슷한 컨셉의 제품들이 셀 수 없이 난립하는 와중에, 소비자의 눈에 띌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브랜드는 기업, 제품/서비스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번에 연상될 수 있는 지름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 편(브랜드 기본 다잡기-下)에서는 브랜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며 브랜드에 대한 기초를 더 탄탄히 다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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