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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날 Apr 22. 2022

행복도 배워야 합니다

​[며느리는 백년손님 PART 1] 아내는 이제 시댁에 가지 않는다

성인이 된 자녀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비혼주의자로 부모와 같이 산다.

2. 비혼주의자로 혼자 산다.

3. 비혼주의자로 동거를 한다.

4.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며 산다.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성인 자녀는 자기 맘대로 인생을 선택할 자유가 있으니 어떤 것이든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되어서 자녀에게 바라는 걸 선택하라고 하면 왠지 4번에 눈이 갑니다. 물론 독신 또는 비혼 동거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그것도 삶의 한 방식이니까요. 다만, 부모는 왠지 아쉬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나는 틀려도 너는 제대로 하라는 말입니다. 지금도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불행하게 살고 있지만, 너는 행복하게 살아라’ 이게 지난 부모 세대의 마인드였습니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모르면서 아이에게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한다는 게 말이죠. 자녀를 위해 내 인생을 내어주는 것만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는 아닙니다. 부모님은 제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키우신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자신의 행복을 외면하나요? 왜 자꾸만 행복을 다음 세대로 미루나요? 한 세대만 당기면 모두가 행복한데 말입니다. 제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다면 아이는 스스로 행복이 뭔지 찾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제 부모님도 행복한 저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 하실 겁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행복 교육입니다.


얼마 전 부모님 댁에 셀프효도를 하러 갔습니다. 코로나로 설에 모이지 못해서 아쉬우셨는지 간만에 닭백숙을 하셨다며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 퇴근 후 들르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맛있게 마치고 어머니표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며느리는 잘 있냐?”

“네, 잘 지내요.”

“요새는 주변 엄마들이 난리가 아냐. 누구 엄마 알지?”

“네, 알죠.”

“그 집 아들이 둘 있는데 큰 애가 40이 넘었잖아. 근데 아직 결혼을 안 했어. 그리고 둘째도 36인데 걔는 결혼을 안 한다나 어쩐다나.”

“때가 되면 하겠죠, 뭐.”

“하면 다행이지. 그런데 너무 늦게 결혼하면 손주를 볼 수도 없고 암튼 요새는 엄마들이 그러더라고. 자식이 갔다 오더라도 한 번은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야.”

“그래요?”

“설에 애들이 전화했더라. 언제 한번 얘들 데리고 와. 맛있는 거 해 줄게.”

“네, 연휴 때 데리고 올게요. 요새는 학생이 더 바쁘다니까요.”

“그래.”


어머니는 셀프효도하러 온 아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무슨 생각이 드셨을까요? 같이 살면서 며느리 안 온다고 서운해하셨을까요. 갔다 오지 않고 손주들하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셨을까요. 여쭤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희 부모님도 셀프효도하며 이렇게라도 사는 저에게 더는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돌아오지 않은 채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효도는 이렇습니다. 자식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함께한 추억을 남겨드리는 것.(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결혼 후에 고부갈등으로 자칫 서로에게 악몽이 될 수 있다면 차라리 이렇게 ‘셀프효도’하는 게 더 낫습니다. 제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은 부모님께는 효도이자, 자녀에게 행복을 알게 해주는 교육이 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입니다.


“갔다가 돌아오더라도 한 번이라도 가기만 하면 좋겠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젊은 세대가 결혼을 못 하는 비자발적 비혼이든, 스스로 안 하는 자발적 비혼이든 갈수록 이런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다 결혼이 이렇게 되었는 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비혼의 이유가 고부갈등 때문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 부모님 댁에 들렀다 왔어.”

“그래? 두 분 다 잘 계시지?”


아무래도 시간이 약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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