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속이야기9화] 세 가지 질문

지금, 여기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니콜라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내게 세 가지 질문이 있어. 그 답을 알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톨스토이가 일흔 살이 넘어 썼다는 <세 가지 질문>은 톨스토이가 자신의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다가 자신의 글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기여를 했을지, 그래서 인간을 위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썼다는 글에 존 무스가 그림을 그려 태어난 작품이다. 톨스토이 작품이 뮤지컬이나 영화로 각색되어 우리 주변에서 가까이 볼 수 있지만 시공간적으로 제한적인 게 아쉬웠다. 이 아쉬움을 그림책으로 출간되어 언제, 어디서든 이 그림책을 보고 싶을 때 마다 꺼내어 읽으며 자신을 탐색할 수 있어 정말 반갑다.

그림책심리치유사로 일하며 그림책으로 타인을 위해 상처받은 마음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타인만을 위한다기 보다 정작 나를 위한 그림책을 찾아 마음의 위로를 받을 때가 더 많다. 그림책으로 스스로를 달래주고 스스로를 돌보고 싶을 때 그림책에서 위안로 격려을 받는다. 때론 지치고 힘들 때, 남을 탓하다가도 다시 나를 원망할 때도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마다 내 곁에서 조용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림책이 있어 셀프치유를 한다. 잠들기 전 가슴에 얹으면 주인공이 내게 다가와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고, 무언의 말로 상처난 마음에 연고를 발라준다. 사람을 찾아가 마음의 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언제든 손닿을 곳에서 가만히 손 내밀어 나를 어루만져주는 그림책은 내게 특별한 힘을 준다.

어떤 선택이나 갈등에 봉착되어 감정을 살펴볼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마다 이 그림책을 꺼내어 본다.나와 나의 상황,그 때 머물렀던 감정과 지금의 감정,타인과 타인의 상황,그 때 머물렀던 그 사람의 감정을 떠올려 보며 올라오는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게 하는 책이다. 평소 마음이 무겁거나 갈등의 구조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숨고르기가 바쁠 때 마다 이 책일 꺼내 현답을 얻곤했는데 이번에 달랐다. 가령, 몇 달 전에 성희롱을 당해 한 동안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었다. 꽤나 오랜동안 무너지는 마음을 달랠길 없었고, 놀란 솥뚜껑같은 마음은 그 근처를 지날 때 마다 가슴이 뛰고 악몽같았던 그 때의 일이 떠올라 한동안은 그 길이 아닌 먼 길도 돌아서 가야했다. 상대방은 내게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는 하나 보슬비 내리는 골목에서 갑자기 이끈 곳이 모텔 앞이었으며, 그냥 충동적인 마음에 키스를 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하는 상대방의 말에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현장 면피의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상대방은 그럴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순간적이고 갑작스런 행동은 무서움을 넘어 공포였다.평소 상담할 때 들었던 사연을 내가 직접 겪어보니 머리와 손이 백지상태가 되면서 열흘 동안은 아무 생각을 못했다. 내가 꺾은 일이 세상에서 그 당시에 가장 큰 일이라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의 십분의 일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상담하는 일을 하는 내가 상대방을 온전히 체중을 싣고 마음을 준다고 해도 많이 부족할 수 있음을 다시금 알았다.

사람들이 겪는 일의 수준, 마음 정도에 따라 그림책의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 평소 나의 지침이 되는 그림책이라고 하더라도 여러차례, 오랫동안, 오래 지켜보는 시간 등을 통해 마음의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번 일을 겪고 나서는 한참동안이나 심한 두통과 불면증을 보내면서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나의 현안이 크게 부각되는 걸까를 스스로 고민했다. 두 달이 흐른 뒤에야 이 책을 보며 나의 고민에 답을 찾았다.혼자 딸을 키우며 열심히,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내가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슈였다.마치 나를 얕잡거나 가볍게 봐서 그런 일이 생겼을 거라는 부정적 자기확신으로 타인 원망과 스스로 비난을 한 뒤에야 원인을 찾았다.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지금 생각하면 코웃음 칠만한 아주 작은 일이다.살면서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겪을 일들이 많고,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그리고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한 내가 있었다는 근원적인 원인을 제대로 보니 오히려 크게 이슈화 시킨 내가 더 부끄럽고 소심하다는 것 깨닫는 순간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어떤 상황이 처해질 때 마다 그 상황이 최악이고,그 때가 아니길 바라며,그 당사자가 자신이 아니길 바라면서 후회와 반성과 미래를 계획한다.반대로 어떤 상황이 올 때 마다,그 상황이 최선이고,그 때의 경험이 약이 되고,그 때 자신과 만난 사람들이 있어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앞서 예를 다시 그림책심리치유 장면으로 가지고 와서 셀프 치유해 보았다.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그 일과 상황이 있어서,그 사람을 정확하게 다시 볼 수 있었고,내가 어떠한 일에 가장 놀라는지 알 수 있었으며,그런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지키는 힘과 예방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무엇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과 사람을 다시 보는 힘을 가졌다는 것은 큰 수확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았다.물론 꼭 그림책으로 치유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평소 자기문제의 점검과 타인과의 소통에 도움을 주는 책이 이 책이라 더 맞닥뜨려 마음을 평온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평소 이 책에 나는 이런 말을 해 왔었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 무엇을 선택하는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 앞에 있는, 옆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 지금 하는 일, 그림책으로 만나는 모든 것들!


게슈탈트 이론의 핵심 가치가 바로 ‘지금, 여기’인 것처럼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지금, 여기’를 중요하게 여기라는 건 두 말 할 것도 없이 현답이다. 어떤 상황이든, 무슨 일이 주어지든 가장 큰 화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지금의 현안들을 직시하고 적극적 해결과 치료됨으로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본다.


기억하렴.
가장 중요한 때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란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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