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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Nov 18. 2021

순간을 멈칫하며...

[나의 간이 프로필]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짧막한 톡이 왔다.

프로필을 좀 보내달라는 말에,

프로필은 무슨.... 이라고 하며 거절했다.

사실 거절이라기 보다는 내세울 것도 없고 누구에게 말 할 것도 크게 없기 때문에 주저했다. 2주일을 기다리던 지인은 더 이상 기다리질 못하겠다며

"오늘 밤 12시까지 톡으로 보낸 질문에 간이 프로필 보내주어요. 안 그러면 안 본당~."톡을 보내왔다.

그 톡이 평소 지인의 모습과 달리 무서워 말 그대로 '간이 프로필'을 작성해서 보냈다.

말이 간이 프로필이지, 잠들기 전에 작성하다 보니 어색하고 나사가 조금 덜 조여진 것 같고, 부족한 나를 돌아 보니 '순간을 멈칫하며...'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김은정의 간이 프로필]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책을 통해 마음 근육을 키우는 일을 하는 그림책심리치유전문가 김은정입니다. 그림책에 있는 글과 그림을 보면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을 보며 그림책과 관련된 교육과 상담을 합니다.


Q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행사(강의)?

오래 전이지만 잊지못할 강의가 있습니다. 12년 전쯤 인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림책태교 강의를 하다가 2014년에 상표등록을 한 뒤라 더 정확히 기억이 납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그림책태교(PictureBookPrenataleducation)’를 도입하고 임신부를 만나 태교수업을 할 때였어요. 수업 시작시 우울증 간이문항을 만들어 체크할 수 있게했고, 산모님들 중 한 분이 우울지수가 너무 높아서 자살수준으로 나왔습니다. 감정에 변화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로 자살할 가능성이 높은 정도였기에 ‘당신을 위한 수업’처럼 그림책을 읽어주고 마음을 달래주는데 평소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서 했어요. 수업 말미에 몇 분께 소감을 물었는데 그분은 “임신 내내 짜증나고 왜 결혼했을지... 후회만 가득했었는데 임신 9개월 동안 오늘이 가장 행복했고, 아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라며 눈물을 흘렸고, 저는 다가가 꼭 안아주었어요. 그간 마음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산모님의 어깨 들썩거림 정도로도 충분이 전달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그 당시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제게도 감동이었습니다.


Q 하고 계시는 일이나 강의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그림책 심리치유 전문가이자 교육학 박사인 저는 e움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등록기관으로 독서심리상담사, 그림책심리지도사, 그림책 태교지도사, 그림책 돌봄지도사 자격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주로 강의와 상담을 하고 있고, 강의 분야는 독서치료, 글쓰기 치료, 그림책 심리치료, 부모교육, 부모 자녀 의사소통, 예비부부교육, 그림책 태교를, 이와 관련하여 부모상담, 가족상담, 한부모와 이혼 부부 프로그램을, 누구에게나 필요한 마음 챙김 등을 하며 개인 및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 찾기’가 있으며, 현재 연구소 운영과 더불어 교육지원청, 건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도서관, 학교, 기타 공공기관에서 활발히 그림책 독서치료 전문가로 활동 중입니다.


Q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돌봄’이라는 단어가 긴장으로 딱딱해진 어깨근육을 말랑말랑 따뜻한 마음근육으로 바뀌게 할 수 있는 소중한 체험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든 돌봄은 필요하니까요.

저도 알게 모르게 누구에게서든 돌봄을 받아왔고 덕분에 지금의 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딸 아이 돌 되기 한 달 전 무렵부터 지금까지 20년 정도 싱글맘이자 한부모 가족의 가장으로 살아오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그러하기에 한부모 가족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싱글대디, 싱글맘의 마음에 따뜻한 성장과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제가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길거리에서 구제 옷 팔고, 소낙비 맞으며 자장면을 먹었던 그 시절은 악몽이었지만 지금은 추억이 되는 것처럼 그 분들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양육현장에서 행복한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의 웃음을 되찾아 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돌봄이라는 것은 반드시 이혼한 부모 가족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임신한 산모들에게도 배 속 아이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도 사랑을 전하고 돌봄을 받는 것입니다. 태어날 아이이고 세상의 푸르름을 안고 자랄 아이를 성스러운 예비부모를 위한 돌봄은 돌봄의 시작이니까요. 이 태교돌봄을 시작으로 많은 현장에 그분들과 호흡을 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더 소외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쁜 부모님이 삶의 현장에서 뛰다보니 관심과 돌봄이 소홀해진 저소득층의 어린 아동과 청소년도 돌봄이 필요하고, 쇠약해지거나 조기 치매로 보호자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요양 보호기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분들도 따뜻한 손길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신 분들입니다.


저는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며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내년(2022) 가을에 조정경기장 근처 하남에 사무실을 오픈합니다. 그곳에서 e움심리상담연구소를 확장하여 강의와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건데요, 부모와 자녀, 가족, 그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힐링과 쉼이 필요한 사람들과 그림책 한 권으로 마음을 나누는 여유와 자연 숲에서 나오는 공기를 마시며 편안하게 놀게 하고 싶습니다. 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그림책심리상담, 그림책테라피를 오래도록 하고 싶습니다. 제 나이가 지긋한 나이가 되어도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그림책을 읽고 나누면서 저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을 돌봄이 필요한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위의 글처럼

간이 나의 프로필을 끄적끄적하면서 되돌아보니,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나아갈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지만 이렇게 질문을 받고 내가 걸어 온 길을 더듬어 보면서 '순간을, 멈칫.... 하는 건강한 뒤돌아 보는 짬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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