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Feb 15. 2020

[그림책태교8] 아침에 창문을 열면

창문을 열면, 마음이 열려요

[그림책태교8] 아침에 창문을 열면

   

잠에서 깨어나 맞는 아침 풍경을 떠올려 봅니다.

저는 상상하기를 좋아하는데요, 상상만으로도 사람이 그 자리, 그 장소, 그 누구랑 함께 있는 것 같아 혼자 미소 짓거나 행복감에 젖어 들게 되거든요. 새소리를 듣고 깨어나고 싶다고 상상하면서 아침에 눈을 뜨면 어느 날에는 재잘재잘 떠는 참새소리에 잠을 깨어 창문을 열며 기지개를 합니다. 어느 날은 꼬맹이들 모습 보고 싶다고 하면 일요일 아침 가족들이 가까운 공원을 갈 채비를 하며 조잘조잘 떠들며 폴짝 뛰는 아이들의 소리에 깨어 창문을 열고 내려다봅니다. 어느 날은 코코아를 마시고 싶다고 상상하며 잠들었는데 딸아이가 우유에 코코아 분말가루를 넣어 그 달콤한 냄새에 깨기도 합니다. 어떠세요? 저의 아침 일상을 상상만 해도 눈에 그려지시지 않으세요? 여러분들도 맞이하고 싶은 아침을 상상해 보세요. 제가 아침을 맞는 아침이 어떤 맛과 향기를 가지고 있는지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창문을 열면 무엇이 보이나요? 베란다에, 창틀에 몸을 기울여 저 멀리 바라봅니다. 바로 앞에 무언가에 보이지 않아 답답할 수 있고, 가까이 커다란 무언가에 가려보고 싶어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안개가 끼여 흐릿하게 보일 수도 있고, 해가 정면에 있어 눈이 부셔 눈을 찌푸릴 수도 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사랑스런 아기의 모습, 방긋 웃으며 엄마 품에 안기는 아기, 유치원 버스에 오르기 전에 엄마한테 손을 흔드는 어린이와 아이를 보며 유리창 건너에 있는 아이에게 손뽀뽀를 하시는 모습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보이면 어떻고 안 보이면 어떻습니까.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흐려 잘 보이지 않으면 안 보이는 대로, 눈이 부셔 눈이 찡그려지면 찡그려지는 대로, 보이면 보이는 대로 마음의 창문을 열고 들여다보세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니까요.   

 

자, 다시 창문을 열면 무엇이 보일까요? 창틀에, 베란다에 기대어 저 멀리 봅니다. 보이는 풍경을, 아니 보고 싶은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 버팀목이 가득한 산, 숲에 들어가 나무냄새가 풍기는 수목원, 그 잔디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보는 자신, 잔잔한 호수에 비쳐진 저녁  노을, 마주 보고 있는 찻잔에 앉은 사랑스런 사람, 멀리 보이는 배가 있고 바다가 있는 해변, 그리고 모래사장, 그곳에서 오는 바다내음. 어때요? 창문을 열면 보이는 게 많습니다.    

오늘 안내할 그림책은 아라이 료지 <아침에 창문을 열면>입니다.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처럼 그림이 살아있어 창문을 여는 아침 풍경이 따사롭게 다가오는 그림책입니다. 아기자기한 그림이 아니라 살아 숨 쉬고 자연스럽게 누구라도 보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천진난만한 그림입니다. 일본 대지진을 겪은 피해지역의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렸지만 어느 사람이라도 난관이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누구를 위한 그림책이라기보다 모두를 위한 그림책입니다. 살면서 아침을 맞는 하루의 시작이 소중하니까요.    


첫 표지를 열면 창문가 레이스 하단에 앵두가 수놓아진 커튼이 보입니다. 하늘거리는 커튼의 창문을 열면 저 멀리 산이 보이고, 내가 보는 창문의 누군가가 보는 창문의 풍경이 보여집니다. 산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고 건물이 보이고 도로가 보입니다. 내가 보는 창문 너무 풍경과 풍경 속 주인공이 보는 또 멀리 창문 너머 풍경이 보이는 교차교차 하는 그림책 시선이 새롭습니다. 알록달록 꽃들이 피는 바닷가 마을, 잔잔한 강물이 보이는 강물, 구불구불 보이는 밭의 마을. 한결같이 자신이 사는 이 마을을 사랑하고, 이 동네를 사랑하는 주인공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어느 날은 마음이 무겁고, 어느 날은 몸이 무거운 날이 있어요. 때론 집에만 있으면서 좋아하는 음악만 듣고 늘어지게 쉬고 싶고, 어느 날은 아무 생각없이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내 마음 같지 않고 내 생각같이 되지 않을 때 더 우울해지거든요. 다 같은 일상인 듯 하고, 또 다른 일상 같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흐르는 강물처럼 다르지 않은 것 같은 하루로 보입니다. 힘든 순간에 저 멀리보이는 창문 너머 마을의 높고 푸른 풍경을 생각해 보세요.    

“아침이 밝았어요.
창문을 활짝 열어요.
...
그래서 나는 이곳이 좋아요.”    

평범하게 반복되는 하루의 일상이지만 일상에서 하루를 열고 하루를 시작하며 또 하루를 마감하는 누구의 하루가 편안함을 줍니다. 잔잔한 하루의 일상, 매 순간 살아가는 것에 감사함을 전하는 날이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저는

창문을 활짝 열어요.

라는 문구가

마음을 활짝 열어요.

로 들리는

아침입니다.

마음을 열면 창문이 열리고,

창문을 열면 마음이 열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책태교7] 너는 기적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