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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글 May 26. 2024

한 발짝, 한 발짝

24년 첫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며 

들어가며 

어제 올해 첫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후회 없이 달리고 왔습니다. 하루 전 날까지만 해도 엄청난 무더위가 예상되어 걱정했는데요. 다행히 출발 전 선선한 날씨와 함께 약한 비가 내려 더위도 식혀주었습니다. 

작년 9월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이후에 무려 8개월 만에 공식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회사생활을 하며 퇴근 후 꾸준히 달리기를 하곤 했지만 약 21K의 하프마라톤 거리는 언제 뛰어도 참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일주일 전부터는 10K를 뛰면서 연습도 했지만 21K 까지는 연습 해본 적이 없어 걱정반, 설렘반인 상태였습니다. 혹시나 오랜만에 장거리를 경험하면서 몸에 무리가 오지는 않을지 걱정과 함께 대회 전 날 일찍 잠자리에 들어 그다음 날을 기대하며 준비했는데요. 

오늘은 오랜만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며 느낀 경험들과 생각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연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대회 당일 날 아침 일찍 대회장에 도착하여 몸을 풀고 출발 라인 앞에 섰습니다. 강력한 폭죽 소리와 함께 올해 첫 마라톤이 시작되었습니다. 구름이 낀 날씨였기 때문에 햇살도 적당했고, 바람이 불어와 달리기 정말 좋은 날씨였습니다. 또한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에 몸도 참 가벼웠습니다. 어느덧 2K 지점을 돌파했고 저는 1K에 4분 후반대 달리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무리하지는 않을까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리기 시작했고 몸에 힘듦 없이 11K 지점을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페이스는 킬로미터 당 5분 7초였고 이대로만 가면 그전 대회 기록보다 훨씬 좋은 기록으로 끝낼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며 달렸습니다. 

그렇게 13K까지 잘 달리고 있었는데 14K를 앞둔 시점부터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10K만 연습을 해서 그런지 11K 이후부터 조금씩 페이스가 늦어지고 있다는 건 머릿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14K부터는 잠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몸에 힘을 내서 좀 더 스피드를 내보려고 시도도 해보았지만 더 이상은 스피드를 더 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14K 지점에서의 저의 페이스를 5분 42초까지 떨어졌습니다. 


2. 한 걸음, 한 걸음 조금만 더 

16K까지 어떻게든 버티며 지나왔습니다. 속도를 조금씩 늦추며 달려왔고 멈추지만 말자라는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페이스는 5분 30초 수준으로 달렸고 남은 거리는 5K였습니다. 멈추면 다시 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멈추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며 달렸는데요. 17K를 지난 시점에서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계속 달리다가 멈추니 다리는 후들후들 흔들렸고 부족한 호흡을 몰아쉬다 보니 정신이 제대로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뛰지 않고 천천히 걸으니 신체적으로는 덜 힘들어 달콤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달리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쉽게 발이 뛰어지지 않더군요. 계속 힘들다가 맛본 약간의 휴식은 정말로 달콤하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걸으면서도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으니 마음속이 한편으로는 찝찝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50걸음 정도를 걷다가 다시 속도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쉬다가는 계속 쉬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다시 17K 지점을 지나 저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8K의 페이스는 6분대로 떨어졌습니다. 


3. 예상치 못한 몸의 신호 

정신을 차리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20K 지점에 거의 다 왔습니다. 처음보다 달리기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6분대를 유지하며 달렸습니다. 이제 거의 다 도착했는데 양쪽 다리의 허벅지 뒷부분에서 약간의 신호들이 조금씩 전해졌습니다. 조금만 더 무리하면 경련이 올 것 같다는 신호를 다리에서 보내고 있었는데요. 체력적으로 이미 힘든 상태인데 뒷 근육을 신경 써야 하니 속도를 조절하기 참 어려웠습니다. 골인 지점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리에 경련이 나게 된다면 마라톤 완주하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속도를 더 낮추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1K 지점을 통과하기 전 양쪽 뒷허벅지에서 경련이 발생해 달리다가 살짝 뒤틀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부상 없이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최종 기록은 1시간 54분 58초이며 지금까지 저의 기록 중 가장 좋은 기록으로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올해 첫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처음엔 정말 좋은 기록으로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들었지만 연습해보지 않았던 구간에서의 속도 저하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경련으로 후반에 속도가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큰 부상 없이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지난 대회보다 개선된 기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무엇보다 제 자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한 건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완주하여 해냈다는 것입니다. 골인 지점에서의 느낀 완주했다는 기쁨과 안도감, 만족감은 오랫동안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습니다.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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