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선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얼마 전 오랜만에 새로 이사한 집에 집들이 겸 친구를 초대했습니다. 저의 새로운 집을 소개하기도 하고, 서로 축구를 좋아하는 K리그 경기의 개막전을 함께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오늘은 친구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나눴던 이야기, 그리고 함께 축구를 보면서 했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친구는 제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하방'이라는 단어로 많은 것들을 설명했는데 그게 참 공감이 되고 와닿았습니다. 한 단어가 투자, 우리의 삶, 태도 등 여러 가지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상방과 하방이라는 단어는 주식/선물/옵션 등 금융시장에서 상승과 하락의 방향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입니다. 특히 추석 차트에서 상방은 윗선(저항선), 하방은 아랫선(지지선)으로도 쓰이게 되는데요. 우리의 대화에서 하방은 지지선 즉 손실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반대로 상방은 최대수익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직장인 9년 차, 올해 저의 근로 소득이 1억을 넘겼습니다. 작년에도 1억에 가깝긴 했지만 올해 확실히 기준을 넘기며 연봉 1억을 달성하게 된 건데요. 사실 억대 연봉은 어떤 느낌일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입사 초기부터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낀 억대 연봉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았고 제겐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죠. 여전히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무렵 감사하게도 작년 한 해의 회사의 실적은 계획 대비 좋은 성적으로 마감했고, 그에 따라 구성원들도 평소 대비 높은 인센티브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례 없는 인센티브를 받아 보니 일시적으로 억대 연봉이 되어 있었고 가장 먼저 저를 반기는 건 높은 세율이었습니다.
처음 만나보는 40% 가까운 세금이 다가왔고 그 뒤에는 사실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큰 차이가 없었다고?'라는 말에 의아해하실 수 있지만 잠깐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높은 인센티브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제 삶을 크게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잠시나마 통장잔고가 불어났었지만 바로 대출을 갚았고, 그 뒤로는 다시 반복되는 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은 계속 됐습니다. 바뀐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다 보니 삶에서 소득의 상방보다 하방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공통적으로 의견을 모았는데요. 일시적으로 소득이 상방이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 상방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결국은 하방을 높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인센티브 보너스를 통해 일시적으로 소득이 억대연봉이 됐지만 사실 그 인센티브는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죠. 결국은 저의 하방인 계약연봉 및 금융소득(나의 현재 진짜 가치)을 차근차근 높여가는 게 제 삶에 더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센티브를 많이 받은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고 행복한 축복임을 알고 있지만 결국 나의 가치를 상승시켜 하방을 높여서 만든 게 저의 삶에 큰 지지선이 되는 것이지요. 만약 회사의 경영사정이 어려워져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제가 만나게 되는 하방은 저의 계약연봉일 것이고 계약연봉을 높여가는 것이 하방을 높이고 이게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하방이 될 수 있겠구나를 친구와의 대화에서 느꼈습니다.
직장인이 하방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저는 회사에서 받게 되는 계약 연봉을 상승시키는 것과 금융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자산을 확장하고 배당소득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여 하방을 높여보려고 합니다.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와 K리그 슈퍼컵을 시청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선수들이 타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새로운 시즌을 위해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을 열심히 준비했고, 올해 처음으로 팬들 앞에 서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오베르단' 선수였습니다.
오베르단은 작년까지 포항스틸러스에서 뛰다가 올 시즌부터 전북으로 이적해 녹색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포항시절부터 워낙 유명하긴 했지만 새로운 팀에 와서도 참 하방이 단단한 선수라는 것을 크게 느꼈는데요. 어시스트나 골과 같이 수치로만 나타나는 공격포인트를 많이 만드는 선수는 아니지만 경기장 안에서 가장 많이 뛰고 빠르게 공을 탈취해 팀이 볼을 소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수였는데요. 특히 중앙미드필더로서 팀이 수비할 때나, 공격을 할 때 항상 공과 함께 하면서 숫자 싸움에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움직임을 가져간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멋진 골과 함께 공격수가 받는 스포트라이트나 세리머니 같은 걸 만나긴 어렵지만 오베르단 선수는 별도 스포트라이트는 없더라도 경기 전체가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한 경기 한 경기에 영향력을 많이 주는 선수였습니다.
특히 기복이 없이 90분 내내 본인의 페이스와 운영 방식으로 축구경기를 풀어나가고 어떤 상황이 와도 본인 스타일의 축구를 보여주는 오베르단 선수는 하방이 단단하고 좋은 선수라고 생각이 들었으며, 제가 축구팀의 감독이었더라면 가장 먼저 오베르단 선수를 선발라인업에 넣고 경기 운영을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은 친구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인 '하방'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하방'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저는 하방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구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방으로는 크게 튀지 못하고 화려하지 않더라도 하방이 단단하면서 안정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화려한 상방을 높이기보다는 경제적으로 하방을 단단히 만들어가면서 성장하고 싶고 일을 하거나 가정에서도 눈에 띄게 잘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저의 실력을 높여가면서 기복이 크지 않은 사람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