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시 소개

못다 성장한 소녀의 모습을 그리다,
장수지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소,녀

시간 참 빠르다, 라는 말을 종종 어른들에게서 듣곤 했었다.

하루 하루 살다 보니 나도 어느새 성인이 되어있었고, '시간 참 빠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말은 어른들의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른이어서 부딪혀야 하는 상황과 일들이 나에게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했고, 두려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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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녀는 어떤 사람 인가요?

소녀는 위로의 자화상이에요. 불안하고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위로를 그리고 싶었어요. 소녀였을 때 무엇인가에 물들지 않은, 좀 더 순수하고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현실의 불안에서 벗어나 소녀를 꿈꾸고 있어요. 어른과 소녀를 꼭 나이로 나누는 게 아니라, 어른은 현실을 소녀는 과거나 미래의 이상을 투영해요.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을 과거의 소녀였을 때의 모습 혹은 이상의 꿈꾸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위로하려 하고 있어요.


실재하지 않지만, 저에게 안정감을 주는 꽃들이 그녀를 감싸고 있습니다


눈동자를 보면 빠져들게 만들면서도 약간 무서운 느낌까지 주네요, 주근깨를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네. 주근깨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저는 실제로 주근깨가 없지만, 주근깨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여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어렸을 때 보던 ‘빨간 머리 앤’이라는 만화영화 때문인 것 같아요. 만화 영화 속 주인공인 빨간 머리 앤의 맑고 순수했던 모습이 제 기억 속에 남아서 소녀를 생각하면 주근깨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뒤에 핀 꽃들은 연꽃인가? 홍조 띤 소녀의 부끄러움을 더해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소재들은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해요.

꿈꾸는 이상을 표현하고 싶어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그리려고 해요. 꽃들도 실제 꽃들을 보면서 다르게 그리고 있어요. 소재는 저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에서 찾아요. 현실에서 안정감을 주는 것들도 있고 꿈꾸는 이상에서 안정감을 주는 것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소,녀>가 같은 여성인 작가님이 투영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외적인 모습이나 심리적인 모습이나.

그림과 제 얼굴이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 얼굴을 그리더라도 얼굴을 그리다 보면 저도 모르게 닮게 그리고 있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얼굴도 더 닮게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말로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더 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말하고 싶은 제 마음 속 이야기를 소녀를 통해 말하고 있어요.


소,녀_장지에 혼합재료_72x72_2014_2,800,000.jpg 소,녀_장지에 혼합재료_72x72_2014


처음 소녀를 생각하고 표현하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나?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성인이 되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 생각해왔던 어른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거예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모습인데 너무 준비 없이 급하게 어른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땐 어른이 참 커 보이고 뭐든지 척척 다 해내는 단단한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처음 하는 것들은 낯설잖아요. 그 낯선 것들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외로움에 대한 불안 일 수도 있고, 모든 불안에 대해 벗어나고 싶어서 과거로의 회귀나 이상향을 꿈꾸는 소녀를 선택하여 그리게 되었어요.


어렸을 땐 어른이 참 커 보이고 뭐든지 척척 다 해내는
단단한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작가님은 어떻게 20대를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흔들리면서 자라는 꽃일 것 같은데?

저는 큰 흔들림 없이 자라 왔어요. 그래서 작은 흔들림에도 크게 상처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면서 부딪힌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흔들리지 않을 때를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살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고 감정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그런 경험이 저에게 안 좋은 영향만 미친 건 아닌 것 같아요. 힘들 때 더 간절하게 되고 작은 것을 얻을 때에도 큰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상처받기 싫어서 하지 않았던 것들도 이제는 힘들더라도 조금씩 용기 내어해보려고 노력해요. 경험했을 때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이 제 삶과 작업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소,녀_장지에 혼합재료 _116x80_2012_3,500,000.jpg 소,녀_장지에 혼합재료_116x80_2012


작업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인물의 얼굴 중에 눈을 신경 써서 작업해요. 사람들을 쳐다볼 때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잖아요. 작품을 바라볼 때도 눈에 집중시켜서 작품을 보는 상대를 바라보고 위로하는 듯 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작품을 보면 무표정에서 보이는 소녀의 감정(불안함, 외로움 등)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무언가 불안하거나 두려운 감정이 커지면 표정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감정의 표현에 대해 성숙하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해요. 소녀도 마찬가지로 두려운 감정에 대해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어요. 그림을 그릴 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를 보며 감정을 나눈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될 때가 있잖아요.


불안하거나 두려운 감정이 커지면 표정이 없어지더라고요


요즘에는 불안함이나 고민들이 있나요? 반대로, 즐거움을 느끼는 때를 느끼는 순간은?

꽉 찬 사람이 되고 싶고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고 완벽하고 싶고, 욕심이 커지면 불안이 커지는 것 같아요. 더 많이 채우려고 할수록 허무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즐거움을 느낄 때는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그냥 지나쳤던 것들도 다시 보이고 작은 것에도 좋아질 때였던 것 같아요. 카페에서 작업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도 좋고,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날 때도 즐겁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즐거워요. 일상의 작은 순간들도 즐거워요.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체에도 행복하고 즐거워요.


앞으로도 계속 저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어떤 작업을 해나가실지 궁금해요.

제가 꿈꾸는 세계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초등학생 때 쓴 일기장이나 사진을 어른이 되어서 보면 그때의 나로 잠시나마 돌아가잖아요. 그래서 마치 머리 속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이렇게 ‘소,녀’작업은 저에게 현실을 떠나 잠시나마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예요. 저는 항상 소녀를 꿈꿔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도 현실에서 떠나 과거로 돌아가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를 하는 기분이에요. 그림 그릴 때는 모든 게 잊히고 아무 생각이 없어져요. 앞으로 현재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작업에 담아내고 싶어요.


저는 항상 소녀를 꿈꿔요.
그리고 항상 깊고 솔직한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소,년_장지에 혼합재료_72x72_2012_2,800,000.jpg 소,년_장지에 혼합재료_72x72_2012


인터뷰와 함께하는 장수지 작가님의 작품은 '성수동 Les Philosophies'에서 다음주 화요일(12/1)까지 커피 한잔과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

http://7pictures.co.kr/

매주 7작품을 소개해주는 모바일 아트페어 7Pictures는 옐로 ID @7pictures 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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