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오늘 하루가 무기력할 때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화관을 혼자 간다.
표를 끊고, 생수 한 병을 들고 앉으면 방금 전 내가 있던 곳과는 다른 세상이 두 시간 동안 펼쳐진다.
나는 팝스타가 되기도, 연인 뒤에서 눈물 흘리는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고민이 많아질수록 조금 더 힘을 내기 위해서, 잠시 내려놓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인상 깊었던 대사를 다시 되뇌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돈을 쓰네요?
몰랐어요, 지금까지 살아있을 줄은! -<나의 인생, 나의 기타> 中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주인공이 마릴린 먼로와 겹쳐져 있어요. 이 작업은 성숙한 여성과 미성숙한 소녀, 구상(입체감이 있는 마를린 먼로)과 비구상(2d이미지인 엘리스와 드로잉적 요소)이 한 화면에 함께 있어요.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 섞어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20대 중반을 넘어선 저는 성숙한 여성이지만 여전히 18살 때 그대로인 것 같은 생각을 자주 해요.
가벼움과 무거움, 진중함과 장난스러움이 공존하는 현재 저의 모습이 드러나요
저와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가 작품에 나타지는 않아요. 어렸을 적 인상 깊게 봐왔고 나름의 추억이 있는 이미지들이 있기도 하고, 우연히 본 영화나 사진 등등 다양한 매체에서 들어온 매력적인 이미지에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어요. 일상에서 이미지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그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어울리는 대중적 이미지를 찾는 시도를 해요.
아마 역동적이지 않은 화면 구성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효과라고 생각해요. 제 그림은 인물, 인체가 주로 차용되고 활용됩니다. 개인적으로 캔버스에 사람의 인체가 활용되었을 때 굉장히 매력을 느끼는데요, 정적인 화면 구성, 인체의 활용으로 멈춰있는 듯하고 응시하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환상, 모순, 불가능 등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면서 상상하는 것을 즐겼어요. 이 때 내가 스스로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 보다 무엇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유독 좋아한 이유는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하는 환상을 그것들은 구체적으로 실현하여 보여주기 때문이었던거든요. 만화 속, 영화 속 이미지들을 다시 재현할 때 내 머릿속으로 또 다른 상상을 펼칠 수 있었고 이런 상황을 매우 즐겼어요. 여전히 저는 재현하는데 매력을 느끼고 있고 이러한 이유가 어렸을 때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현재까지 작품 중 <Island>를 가장 좋아해요. 피에타의 이미지를 언젠가는 내 그림에 꼭 가지고 오고 싶었고 그 때의 주제는 어머니, 고향에 대한 것일 거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내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이 피에타의 고요하고 엄숙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사랑은 제 고향이기도 한 제주도와 결합되어서 더욱 그립고 따뜻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어요. 이렇게 그리움으로 그려낸 것이 <Island>이기에 이 그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어렸을 때 엄청난 노래 재능이나 춤추는 재능을 갖게 되어 학교 축제에서 그 실력을 뽐내는 상상을 하곤 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내성적인 성격이고 어디 나서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아요. 망상은 이처럼 다소 현실적인 것에서부터 매우 비현실적인 것까지 나아가곤 하는 것 같아요. 이런 반대적 상상과 성격 덕분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은 이런 저의 환상과 이상을 표출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요즘 가장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 그리움, 회의감인 것 같아요. 요즘 저의 이상은 이런 현실적 감정들의 미화(?)인 것 같아요. 평범한 사랑은 좀 더 로맨틱, 에로틱하게 그려지고 그리움은 좀 더 숭고하게 그려져요. 회의감은 유머러스하거나 덤덤하게 표현됩니다. 감정을 이상화시켜 나타내는 이유는 성장, 극복 등 go ahead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현실에서의 이상적 상상은 앞으로를 좀 더 나아지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미술을 계속 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취직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열정 페이를 받으며 회사에서 능력을 쌓고 있는 등의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와 다를 바가 크게 없다는 생각을 해요. 공통점은 앞날이 너무나 불투명하고 그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 희망보다 불안함을 크게 안고 있기에 지금은 마냥 열심히 하고는 있으나 확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해죠. 저 역시 가끔 너무 크게 다가오는 불안감 때문에 힘들어요.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죠. 보통 지금의 20대들..
젊음, 미래, 사랑, 과거, 동심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냥 낭만적이게 그리지 않는다.
저는 작가를 제 직업으로 생각해요. 비록 현재는 이것으로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엄연한 제 직업이죠. 그림을 그릴 때 돈을 생각해 상업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와 떨어질 생각은 없어요. 이 사회 속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직업 중 작가가 있고 저는 그 안에 들어있잖아요. 그렇기에 저도 다른(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을 하지 않는) 사람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직업의식을 갖고 난 후 작품 활동은 취미활동을 넘어섰고 가끔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가끔은 그림을 그릴 때 이 사회에서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기도 하구요. 나도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어요.
소외된 작가가 되기 싫어요. 사람들로부터 사회로부터 미술계로부터 소외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소통이 가능한 작품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저 스스로 지금 작품들은 사람들과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작품은 좀 더 소통이 가능한, 소외되지 않는 그림으로 방향을 잡을 생각이에요.
앞으로의 작품은 좀 더 소통이 가능한,
소외되지 않는 그림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인터뷰와 함께하는 장수지 작가님의 작품은 '성수동 Les Philosophies'에서 이번주 수요일(12/9)부터 다음주 화요일(12/22)까지 커피 한잔과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