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시 소개

도시의 소외와 외로움을 목격하다,
조은주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일을 하다 보니 일주일에 약속 두세 개를 잡는 것도 버겁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약속에 나가면 가끔 방청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친한 친구와 연인과 만났을 때도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문제인 건가.. 괜스레 기분이 가라앉아 주위 풍경을 돌아봤는데,

나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단단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을 필요로 한다


조은주 작가님.jpg 우리의 시간_장지에 채색_72.7x60.6cm_2014


작품, <우리의 시간> 속의 두 명은 연인인 것 같은데, 지금 어떤 상황인지가 궁금하다. 말없이 커피잔을 드는 모습이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연히 카페에서 목격하게 된 커플의 모습이었어요. 편안해 보이면서도 많은 대화가 없어 보이던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 의문을 가지고서 작업을 하게 되었죠. 제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 보았던 그들은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고, 이런 광경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제스처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진행하고 있는 작업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

'친밀한 관계에 대한 역설'과 '만족할 수 없는 부재의 압박'에 대해서 작업을 통해 말하고 싶어요. 제가 말하는 친밀한 관계는 전혀 친밀하지 않은 공간과 사물, 인간 실존을 반어적으로 말한 표현입니다. 기묘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그러한 심리상태의 공간이 '현대의 대면'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공간 속에서 존재가 사라진 듯 텅 빈 얼굴들을 대면하고 있는 인간 군상들은 '관계의 상실'을 말하고 있어요.


제가 말하는 친밀한 관계는 전혀 친밀하지 않은
공간과 사물, 인간 실존을 반어적으로 말한 표현입니다.


몇 가지의 색이 화면을 꽉 채운다. 색이 화면을 나누는 것 같은데 색을 사용하거나 배치할 때 특별한 의도나 이유가 있었는지?

제 작품에서는 색이 주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어떤 한 장면을 다시 기억하면서 느꼈던 '뉘앙스'를 나타내고 있어요. 색이 화면(공간)을 분리하고 경계선을 대신하면서 점차적으로 색면화와 같은 작품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도시를 목격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특히 고독과 소외를 느끼게 하는 풍경들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든, 혼자 있던, 누구나 외로움은 항상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독과 소외를 원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하고자 하였습니다.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기도 했고 저 또한 그런 감정을 무수히 많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때문에 현대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함축시킨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에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소개하는 작품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인 무엇인지?

2012년작인 <empty space>라는 작품입니다. 지금의 제 작업의 방향성을 일깨워준 작품이라서 가장 애착이 갑니다.

그림2.jpg Empty space_장지에 채색_145.5x112.1cm_2012


누군가를 만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그래도 사람이 많은 곳이 좋다!

에너지를 받으니까. 작가님은 어떻게 사람을 만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나든지 누군가를 만나서 먹고 대화하는 일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관심사가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라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지만 또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으려고 해요.


사실 외로움과 고독 속이 되려 나를 키운 자양분이었다는 생각도 한다. 작가님도 이런 감정들이 바탕이 되어 작업을 하는데 영감이 되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군중 속의 고독뿐만 아니라, 정말 홀로 있는 시간이 작업하는 시간, 작업을 구상하는 시간 등등 사색을 즐기고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 인간관계, 색감에도 바탕이 되어서 나오게 되는 거 같아요.


저는 제 작업을 통해서 익명의 현대인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색상은 밝고 경쾌하지만 심리적으로 안정과 평정을 보장할 수 없는 차갑게 정제된 개인들과 집합, 고립, 고독, 소외, 단절의 표상을 차갑거나 뜨겁게 표현하여 특정의 공간에서 익히 보았던 스틸이 겹치는 장면의 스토리를 구성하고 상상의 데자뷔를 경험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관찰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반대로, 좋은 느낌을 주는 공간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작업(화면) 속에서 풀어내는 공간은 모두 도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호텔 같은 소비의 공간이지만 저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곳은 도시 속의 야경인 것 같습니다. 밤하늘과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들 아래에서 있다 보면 마음이 편해 지고 걱정거리도 덜어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죠.


그림3.jpg Close relation_장지에 채색_61x73cm_2014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우선, 제 작업을 드러내기 위한 공간과 우연한 장면을 포착하러 다녀요. 일부러 찾아다닌다기보단 우연한 찰나에 보게 되는 광경이고 그것을 사진에 담아서 작업실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나타내는 과정을 거치죠. 이때에는 현실에서 있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점차 지워내는 과정이고, 그것을 마치면 그 광경에 대한 색의 연상을 하고 컬러 배합을 거쳐서 저만의 작업으로 풀어냅니다. 연한 색을 30-40번 붓으로 쌓아 올려서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같은 과정을 반복해서 작품을 완성시키죠.


공간과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그렇게 가지게 된 어떤 생각의 결과물을 들려줄 수 있을까?

처음엔 그림을 통해하고 싶은 이야기가 인간관계속의 외로움이었는데, 이것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있을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자주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 그런 공간을 찾기 시작했고 때마침 눈에 들어온 공간이 카페였죠. 카페는 커피 한잔을 사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볍지만 꼭 필요한 공간이 되어있었고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가 벌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고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지금은 카페와 더불어 호텔이라는 공간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작업들을 할 계획인지도 궁금하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지?

점점 화면이 정제되고 실제 풍경에서 인물의 심리의 풍경으로 zoom-in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 혼색하지 않은 원색을 사용하여 분할한 공간이 점차 색면화처럼 색의 분할로 나타나고 있어서 이 부분을 좀 더 파고들어 볼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작업을 '관계의 색면화'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타낼 계획이에요. 제가 포착하는 장면은 모두 극적인 장면이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장면들이기도 하죠. 화면 속에서 풀어내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공감이 가는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작업을 '관계의 색면화'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타낼 계획입니다.


인터뷰와 함께하는 조은주 작가님의 작품은 12월 16일 수요일부터 12월 22일 화요일까지까지 http://7pictures.co.kr 에서 구매 및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상상, 환상, 유토피아를 담다, 강리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