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나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수단이자 주된 매체는 천(fabric)이다.
‘본다는 것’의 시각성에 관심을 가지며, 화면 안의 선, 면, 공간을 구성(composition)한다.
예술 작품이 꼭 이야기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 삶에서의 서사적 의미나 특정한 개념이 아닌, 각자의 규칙을 담아 자유로운 개념으로, 오로지 개인의 예술표현을 위한 소재로 천을 선택하였다. <Fabric Drawing>은 말 그대로 천으로 그림을 그리는 회화다. 다시 말해, 천 표면의 질감, 색채, 패턴의 조형요소들로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며, 회화 장르에서 새로운 시각효과와 표현 가능성을 모색한다.
- 정다운 작가, 작업노트 中
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표현수단이자 주된 매체는 천(FABRIC)이다. 개인의 예술표현을 위한 소재로 천을 선택하여, 최소한의 조형수단으로써 천의 본질만을 가지고 화면을 구성한다. 다시 말해, 천 표면의 질감, 색채, 패턴의 조형요소들로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회화는 캔버스 프레임 위의 흰 천, 그리고 그 위에 물감으로 그려진 이미지라는 표면적 형식을 지니지만 나의 패브릭 드로잉 작업은 회화 표현재료의 확장을 통해 회화 공간의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업에서는 시각이 수반하는 촉각적 성질이 감상에 있어서 두드러지게 사용된다. 감상자는 단지 대상을 보는 것인데도 촉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양한 텍스처의 천, 줄무늬 페인팅의 구성으로 당기기, 펼치기, 감싸기, 묶기 등의 기법으로 천의 팽창, 늘어짐, 패턴의 변화, 구김 등의 형상은 우리의 눈을 통해 보이는 상태의 촉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료(material)의 질감이나 속성으로부터 감상자의 촉각적 반응을 유발시키며, 새로운 조형적 촉감을 탄생시킨다.
반복되는 선의 대조, 선들은 면을 이루고, 면과 면의 중첩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지점은 나에게 굉장히 흥미롭다. 공간은 심리적인 공간으로 상상력을 갖게 하며,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천의 재질감을 그대로 작품에 도입하여, 평면을 조각내어 공간을 만들거나 천들의 겹침(layer)에서 시각적 특성을 전제로 새로운 조형공간을 탄생시킨다. 중첩과정(overlapping)에서 실제 공간의 틈이 생기게 되며, 면(plane)의 면적과 줄무늬 선으로 공간을 표현한다. 이때 실제 공간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면일 수도 있는 공간에 대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space)은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시각적인 공간 안에서 예술적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평면성을 극복하고 3차원이 되기도 한다.
예술 작품이 꼭 이야기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 삶에서의 서사적 의미나 특정한 개념이 아닌, 각자의 규칙을 담아 자유로운 개념으로, 오로지 개인의 예술표현을 위한 소재로 천을 선택하였다. 회화를 전공하고 물감을 이용한 작업을 하면서도 항상 질감표현에 많이 집중하며 다양한 오브제를 캔버스에 붙이고, 여러 재료를 물감과 섞기 일쑤였다. 회화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를 진행하면서 매체를 다양하게 탐색했다. 그 당시 로버트 라우센버그 Robert Rauschenberg의 작품에 관심이 많았으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 옷을 선택했다. 패브릭드로잉작업의 시작은 남들이 입지 않은 옷가지들로 시작하였고, 프레임이 아닌 벽면 설치로 시작되었다. 그 결과 패브릭, 그 물성을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내는 스트라이프 패턴의 패브릭 조각들을 캔버스 프레임에 늘이고 고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에서 줄무늬 패턴의 천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일정한 형태와 유형이 반복되는 줄무늬를 본인의 기법을 통해 본래의 줄무늬와는 다른 패턴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이미지에서 오는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이다. 작업과정에서 천에 가하는 힘에 따라 줄무늬의 길이, 넓이, 두께 등은 처음의 형태와 형질에서 변형이 이루어진다. 주어진 천의 패턴에서 팽창과 왜곡을 통한 새로운 이미지를 구현하며, 더불어 직선과 곡선의 관계, 그것들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표현한다.
나의 모든 작품이 다 애착이 가지만, 그래도 한 작품을 이야기 하자면, 150호 사이즈의 <Line of dimension> 작품이다. 작업상 나는 캔버스를 수차례 뒤집고, 위. 아래를 번갈아가며 천을 당기고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다. 나에게는 너무 크고 무거운 프레임 이였다. 계획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사실상 작업을 한 달 정도 멈추기도 하였다. 다시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누가 이기나 보자 하는 그런 식의 마음도 있었던 거 같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았다기보다는 체력 싸움 이였다. 관람객들이 이 작품 앞에 오랜 시간 서계시며 감상하시고, 질문을 주실 때 참 뿌듯하다.
패브릭 드로잉<Fabric Drawing>이라는 큰 타이틀을 계속 지니고 작업을 할 것이다. 나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간결한 구조적 형태로 축소되어가는 점에서 양식화되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면의 분할, 작품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형적 요소들 (선, 면, 공간, 질감, 색채)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더욱 연구할 것이다. 또한 대부분 캔버스의 프레임 위에 공간을 만들었다면, 화면 중심에서 나아가 화면 밖의 공간까지 집중하며 작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으로부터 자유롭게 사고하고 감각적 경험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