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쉬고 싶다’라는 말을 머리 속으로 되뇌며 숨가쁘게 살아내다보면
피곤에 한숨에 지쳐버린 내가 보인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뱉는 짜증 섞인 소리를 받아내던 어머니가
‘내 전화 어디 갔냐며 전화 한번 내 폰으로 걸어달라고’ 하셨다.
폰을 찾고 액정 속에 저장된 내 이름은 ‘희망’
머쓱한지 휴대폰을 가지고 부엌으로 도망가셨다.
그랬지.. 나는 엄마의 희망이었고, 어머니는 내 영원이다.
내 작품에는 나의 할머니가등장한다. 얼굴을 묘사하지 않아 관람자가 보기에는 그저 한 여인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작품 속의 인물은 무언가를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며 여러 가지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마다 다 다르지만 위의 작품은 장을 보러 갔다 오는 모습이다. 어디를가든지 카메라로 찍는 나는 할머니를 찍고 있으면 꼭 몇몇 분들은 사진을 왜 찍는 것이냐고 물으신다. 그얘기를 들은 할머니는 “아야, 그만 찍지 왜 자꾸 찍는 다냐” 부끄러운 듯이 말씀하신다.
<영원>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먼저 말하자면 처음 이 자수 작업을 시작하기 전 인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 적이있다. 먼저 가버린 친구를 보며 사람 일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였다. 내 기억 속에 그 사람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져 가고 그 사람은 왜 영원히 살수없는 것이며 언젠가는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정을 주며 의지하고 살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영원이라는 제목을 작품에 붙임으로써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영원해 질 것이라는 나만의 염원 이였다.
인간에게는 무한함이란없다.
흔적은 그 사람을 마음속으로 무한하게 만들어준다.
계속 간직한다는 것은 그 순간을 기록하거나 이미지로 남겨야 한다.
인간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 순간이 아름답다.
할머니의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자수로 옮기는 행동은
할머니를 내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다.
작가노트 中 -
색을 정할 때는 기본적으로 인물이 실제로 입고 있던 옷 색을 기반으로 고른다. 너무 다 메우려고 하지 않았다. 회화라는 장르를 살리기 위해 이미지화시켰던 드로잉 적인 선들을 그대로 자수로 옮기려 하였다.
내 작업은 기록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물을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고 이미지화 시킨 다음 바로 자수로 옮긴다. 내핸드폰에는 3분의 1이 할머니의 기록물이다. 항상 함께 있고 같이 하려고 하다 보니 점점 순간순간을 찍은 사진 영상 녹음 등이 쌓이는 것 같다.
내 작업은 일상에서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가는 작품이라 모두 애착이 간다. 지하철을 탈 때 도 공원에서 쉴 때도 카페에 가서도 항상 품에 지니고 다니며 작업을 하는지라 애착이 갈수 밖에없다. 작품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보내야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도 그 중 손꼽으라 한다면 <영원#1> 인 것 같다. 아무래도 자수로 시작하고 첫 작품 이여서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작품이다.
내 삶을 바라 본다면 그냥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있는 듯 하다. 저번에는아침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무언가 만들고 싶어졌다. 일어나서 대충 씻고 문방구로 가서 지점토를 사서아침밥도 안 먹고 만들었다. 할머니한테 그날 한 소리 들은 듯 하다 밥이나 먹고 하라고..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있는데 대부분 아이들이 다루는 재료는 색종이, 사인펜, 수채화물감 정도 이다. 나는 재료에 대한 아이디어를 아이들과 함께 미술활동을 하면서 찾는 것 같다. 지점토도 그렇고, 요즘은 색종이로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좋아하는 것 하면서 매 순간 열심히 나 나름대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나중에 무언가가 희미하게라도 만들어져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는 듯 하다.
할머니라는소재로 나의 할머니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할머니에 대해서도 작업하고 싶다. 인간의 무한함을 기록하기 위해나는 계속 작업을 할 것 이다. 작업에 있어서 가장 한국적이고 친근한 것이 나를 대변해 주는 작품이라생각한다. 나는 계속 사람들에게 친근한 것을 대상으로 작업하고 싶고 사람들이 내 작품을 봤을 때 어렵지않고 누구나 편안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할머니나 어떤 여인을 떠올려도 좋다. 흐뭇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너무 어렵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게 현대 미술인 반면 모르면 정말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것이 현대미술인 것 같다. 나는 그저 편하게 보고, 느끼고, 대중 가요 같은, 자신의 상황에 대입이 되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
신보름 작가님의 작품은 '성수동 레필로소피'에서 1월 13일 수요일부터 1월 26일 화요일까지 커피 한잔과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