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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Jul 09. 2016

리움, 올해의 신예 작가는 누굴까(상)

아트 스펙트럼 2016

신예 작가 발굴을 위한 전시로 국내에 세가지 정도가 잘 알려져있습니다.  


81년부터 시작한 국립현대 미술관의 '젊은 모색전'

서울 시립미술관(SeMa) 'SeMa 블루'

그리고, 지금 열리고 있는 삼성 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입니다.


아트스펙트럼에서는 '10명'의 신예 작가들을 선정해 전시를 합니다. 그리고 전시가 끝난 후 한명의 작가를 선정해 작가상을 수여합니다. 보통 심사를 한 뒤 전시를 진행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과정입니다. 


   전시 -> 심사 -> 수상자 관심 집중


순서가 조금 다르기 때문에 전시를 보면서, 올해의 작가상을 누가 받을지 심사위원이 된것처럼 보는 방법도 재미있습니다. 한 작가씩 소개해드릴게요, 여러분은 어떤 작가에게 상을 주고 싶으신가요, 심사위원님? 



1. 옵티컬 레이스 - '가족 계획'



결혼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필요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해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 + 결혼할 배우자의 돈 + 우리 부모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돈'. 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마치 결혼 정보회사 운영자처럼 내 주변에 결혼에 보탤 수 있는 돈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나, 결혼할 수 있을까?


이 작업 진행한 옵티컬 레이스는 정보 시각화 연구자 박재현과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재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한 사회의 단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수치들을 조합하고 분석한 데이터와 적용한 기준들이 미술관 벽면에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통계를 통해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 마주하고있는 사회를 더욱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간혹 이 곳을 방문하는 커플들을 다투게 하기도 한다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이 극히 배제된 형태의 표현이 감정을 크게 건드리고 있습니다. 


공중에 무심히 달린 피라미드 조형물에서 남녀 소득의 조합, 양가 부모의 주택 소유를 기준으로 곧 결혼할 예비부부의 결혼 자금을 알 수 있습니다. 20-30대가 마주한 현실을 미술관에서 통계로 마주해보는 경험, '가족 계획'입니다. 



2. 백정기 - '악해독단'



백정기 작가는 어린 시절 장애를 입은 손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치유에 대한 열망은 분열되고 상처입은 사회 단면에 '바셀린'을 바르는 행위로 나아갑니다. 바셀린의 치유 기능과 물질적 속성에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 


그가 보는 사회는 좌우, 남북, 동서의 개념에서 비롯한 철학적,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비롯해 정신과 물질, 관념과 실제, 주술과 과학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들로 정의된 세상이다.


악해독단은 조선시대 서울의 오방(동, 서, 남, 북, 중앙) 중에서 남방에 있던 기우제단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기우제단은 일제강점기에 철거됐고, 근대화 이후 기우제 전통 역시 맥이 끊겼습니다. 이 악해독단은 2005년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그 터와 주춧돌이 발견됐는데, 주춧돌은 시멘트와 붉은벽돌로 덕지덕지 발라져 미군의 바비큐 그릴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하네요. 작가는 이 시멘트와 붉은 벽돌이 전통의 단절과 무관심, 그리고 상처받은 치욕의 역사를 나타낸다고 생각했고, 붉은 벽돌 기념비를 세우고 사이사이 바셀린을 덧대어 치유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3. 옥인 콜렉티브 - '아트 스펙트랄'



미술관에 한 중간에 마루가 설치되어 있고 아이들이, 관람자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 설치된 마루는 쉼터가 아니라 옥인 콜렉티브의 작품 '아트 스펙트랄'이라고 합니다. 전시 제목인 아트 스펙트럼에서 따온 아트 '스펙트랄'은 사라짐, 유령, 불확실함, 그리고 예술가들을 의미합니다. 

 


예술가들은 예술 작업을 할 때와 생계 유지를 위한 일을 할 때
정체성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며 그들은 잠시 사라진다. 


이 작업물에서 중요한 건 쌓여있는 책입니다. 준비되어 있는 전자레인지에  2분간 쌀주머니를 데워 베고 누워서 책으로 빠져들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는 큐레이터, 평론가, PD, 여성학자 등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보통 완성된 형태의 작업물이 전시된 전시장에는 과정과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기에 이들은 이 마루바닥, 아트스펙트랄을 통해 예술가들의 작업 과정으로 관람객을 초대합니다. 보다가 눈이 아프면, 그래픽 영상의 두 점을 보며 눈을 굴리면 됩니다. 



4. 안동일 - '우리의 팔도강산'



어두운 전시장에서 안동일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연민의 감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결과물들입니다.


 “내가 속한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확실히 교육도 많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 않다...(중략) 이번 작업은 답을 낼 수 없이 끝났고, 아버지란 단어만이 슬프고 그리운 상징으로 남았을 뿐”


한국화를 기반으로 한 회화 작업 <우리의 팔도강산> 작업이 정면에 보입니다.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기록되었던 경부 고속도로, 포항 제철 등의 결과물과 선전들의 도상들이 겹쳐져 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왔던 시대에 기반이 되었던 이데올로기, 사회 분위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아한 세계> 작품에서는 역사 속에 기록된 강한 리더들이 남긴 동상의 문구를 찍어 실제 사이즈로 인화했다고 합니다. 신사임당, 이순신 등 민족이나 단체를 위해 희생한 위인들의 모습을 기록한 문구들. 아버지들은 민족,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이런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작가는 동상 비문을 찾아 며칠이고 완벽하게 사진을 담아낼 수 있을 때가지 시간을 보냅니다. 






5. 이호인 - '너의 섬(Landscape of Yeouido)'



밤하늘에 빛나는 롯데타워, 한강대표, 국회 의사당. 서울에 살면 한번쯤 봤을 법한 사진 같은 풍경이 사진처럼 그림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매일 같이 보게되는 서울의 랜드마크들을 보면서 이 장면들이 '자연스러운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강대교는 6.25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명령으로 국군에 의해 폭파돼 피난 중이던 민간인이 500여 넘게 폭사 또는 추락사한 상처가 있는 곳이다. 서울 잠실의 롯데 타워는 건축 허가서부터 안정성 문제까지 뉴스에 주기적으로 등장하던 곳이며, 국회 의사당은 그 자체로 한국의 근‧현대사이며 갖가지 소음이 끊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곳이다.'


불편함을 자아내는 공간들이지만, 자꾸보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작가는 '익숙해지지 않게끔 하게 하는 행위로 그린다'라고 답합니다. 사진같은 회화 작품, 익숙해져버린 풍경을 낯설게만드는 이호인 작가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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