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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Oct 04. 2016

사적인 풍경
채영진 작가

Artist interview

자연은 저에게 있어서 정신적 안식처이며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야생적인 풍경을 마주쳤을 때, 그 흥분되는 순간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합니다. 빗나간 터치 하나 조차 풀잎, 나뭇가지, 땅이 되는 것이 저에게 있어 너무나 큰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 채영진 작가 노트 中


phenomenon color – vermilion, 97x194.5cm, oil on canvas, 2016


강렬한 색감이 눈을 사로잡는다. 추상적인 붓 터치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궁금하다.

phenomenon color(현상색)의 의미는 제가 직접경험한 영적 현상에 대한 '색'입니다. 단지 색깔이 아니라 저만의 회화적 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미지를 다루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울림통'입니다. 사람들 모두 풍경의 형태를 보고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을 받고 감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과거 구상적인 작업을 많이 하였지만 오히려 구체적 이미지만 남을뿐 고유의 느낌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의 작업은 점점 추상적으로 변하여 고유의 근원적 느낌을 쫒기위해 노력합니다. 붓터치 또한 과거의 일률적 터치가 아니라, 감정에 따라 꾸미지않고 손끝으로 흘려보낼 뿐입니다.


야생을 마주칠 때의 순간들은 때로는 파란색, 때로는 붉은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색을 선정하는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현장에서 느끼는 저의 감정선일 뿐입니다.


phenomenon color – blue 2, 112x162cm, oil on canvas, 2016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작업을 시작하기 전, 영감을 얻기 위한 과정 또한 중요할 것 같다.

영감을 받기 위해 여행을 다니지 않습니다. 보통 “여행”이라 하면 목적의식을 갖고 어떠한 장소를 다녀오는 것을 상상하기 마련인데, 생각보다 여행이란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거리를 걸어서 이동해보기도 하고, 빠른길을 알면서도 돌아서 가보기도 하고 이런것 모두 혼자서 훌쩍 떠나는 여행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행위가 아니라 행위속에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저 또한 정해지지 않은 여행에 다녀온 후 기억들을 기록할 뿐입니다. 마치 희미하고 뿌연 오래된 가족사진 속의 우리의 모습은 당시 짧은시간에 멈췄지만, 가족사진을 보는 우리의 의식은 살면서 계속 곱씹는 긴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 그림 또한 저에게 있어서 여행속에서 사색한 것을 캔버스로 옮기고 그것을 시간을 두고 곱씹어가며 음미하는 작업입니다. 작업 과정에서도 하루종일 못 그리고 쳐다만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욱 긴 작업입니다. 단순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정지된 이미지 속에 그려지기까지의 시간을 담기란 역시 쉽지않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많이 다닌 것 같다. 작업에 있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던 여행지가 있을까?

어느 한곳을 집을 수는 없지만, 아버지와 어릴 때부터 전국 여기저기 낚시를 다녔는데 아마 낚시터의 야생적 풍경이 지금의 작업관의 모티브가 된 것 같습니다.


향수2, 130.3 x162.2cm, mixed media, 2013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있을까? 있다면 이유도 함께 듣고 싶다.

예술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죠, 노래로 치자면 히트곡이 생기고 유명하게 해준 곡도 중요하지만 새벽 5시에 라면에 밥 말아먹으며 남긴 수많은 실험적 곡들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 저에게도 가장 애착하는 그림은 없습니다. 어느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앞으로 작업에 대한 궁극적인 지향점 혹은 작가로써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나다운 순수예술을 계속 하는 것이 목표이자 궁극적 지향점입니다.




채영진 작가님의 작품은 강남 '가비터'에서 9월 30일 금요일부터 10월 27일 목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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