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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Feb 17. 2017

사자솜,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립니다

사쟈툰을 그리는 작가, 사자솜 인터뷰

가끔 세상 살기가 너무 험해서 따뜻하고 조근조근한 것을 보고 싶을 때 찾는 만화’라는 한 블로거의 소개 글이 사쟈툰을 잘 설명해준다. ‘무엇도 나를 위로해줄 수 없을거야’라는 뾰족해진 마음을 가진 사람도 한 두편을 넘기다 보면 금세 행복함이 입가에 머무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만화를 보고 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별 내용 아닌데도 읽고 나면 세상에서 묻은 더러운게 조금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라고 하는 본격 마음 정화 웹툰. 오밀조밀한 사쟈들의 평화로운 이야기, 사쟈툰의 사자솜 작가를 만나봤다. 


 

7Pictures :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사자솜 : (쑥쓰러움에 십분간 몸서리를 친 후) 사람들에게 밝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한다. 호에호에대학생활(대학내일),  사쟈의 생각(애경브랜드웹툰), 사쟈툰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사자솜이라고 한다. 


아메리카노를 시킨 사자솜 작가



누가 어떻게 이런 귀여운 ‘사쟈’들을 만들게 됐는지 오는 내내 궁금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자를 좋아해서 많이 그렸는데, 사자가 그리기에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다. 하나 하나 다 그리다가 귀찮아서 하나씩 생략하다 보니 이게 나왔다. 원래 고3때까진 사자에 동공을 그리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주변에서 별다른 반응을 해주지 않다가. 이렇게 (동공이 있는 지금의 캐릭터를 그리며) 그려봤는데 갑자기 반응이 좋았다. 귀엽다며. 저는 원래 사자가 더 좋았는데 아쉽다. 그리고 캐릭터 원래 이름도 ‘샂쟈’였다. 그런데 이게 유니코드에서는 ‘샂’을 인식을 못하지 뭔가. 그렇게 사쟈가 세상으로 나왔다. 



사자의 변천사


진부한 질문이지만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옛날부터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따로 배운적이 없다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어떤 크기의 그림을 그려야 되는지 모르고, 해상도도 모르고 그냥 엉망진창으로 시작했다가 조금씩 좋아졌다. 2015년도부터 했으니 벌서 3년차다. 참 끈기가 없는 사람인데 무언가를 꾸준히 내고 있다는 게 참 경이롭다. 난 다이어리도 연초에 멈추는 사람인데...


사쟈툰



사쟈 이야기에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어디서 이야기 소재를 얻는지?


 보통 주위사람들과 얘기하고 농담하다가 나오는 걸 그린다. 예를 들어서 친구가 “사쟈가 물구나무 서는 걸 그려줘”하면, “아 못 그리겠어 – 아 못 그리네~” 하다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긴다. 그리고  보통 ‘원고를 할 마음이 생기는 조건’이 충족되면 작업을 시작하고 이 기준이 매일 바뀐다. 트위터를 8시간 해야 원고를 할 마음이 생길 때도 있고 카페에서 5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해야 마음이 생길 때도 있고 그렇다. 그렇게 하다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마감일이 코 앞에 와야 능력이 발휘되는듯하다. 매일 매일 그려서 연재하시는 분들을 존경한다. 성실한 사람들은 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쟈툰 콘티



언제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지, 반대로 언제 가장 힘든지


  자기만족으로 연재를 한다. 무언가 완성을 했을 때 “내가 해냈어! 이제 놀아야지” 이런 충만함이 좋다. 굿즈를 제작할 때도 판매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냥 내가 갖고 싶어서 시작한다. 반대 경우로, ‘마감이 아침 9신데 새벽 5시까지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경우’ 너무 힘들다. 계약서를 쓰니까 내가 제때 내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사람들, 에디터님, 편집장님, 독자들 생각이 아른거린다. 촉박하게 완성할 때마다 “나의 잠재력을 발견한 것 같아!!” 라고 자주 환호한다. 다시 말하지만 성실한 사람들은 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쟈툰



다른 웹툰 작가들과 커뮤니티도 있고, 소통을 많이 하는지 궁금하다, 창작자 표현의 범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트위터로 다른 작가님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김자연 성우님이 페미니즘 티셔츠를 인증 했는데, 이게 논란이 된 사건으로 인해 더 활발히 하게 된 것 같다. 그녀를 지지하는 의견을 트위터에 적었는데 이 부분이 계기가 되어 많은 이들의 공격을 받고 한 커뮤니티의 살생부 같은 명단에도 올라간 적이 있다. 살생부에 올라온 작가들끼리는 연대감이 생겨 친해진 경우도 많다. 아마추어 작가로 명단에 올라간 건 내가 유일하더라. 그래도 내 생각대로 이야기한 부분이니 무섭거나 후회되진 않는다. 

그 일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하자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는 건데 그걸 문제삼아 화내는 사람들이 존재했고 그들이 위협을 하기도 했다. 예를들어 별점 테러를 하거나, 악플을 달거나, 악성 여론몰이를 하는 식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날 괴롭힘에도 나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늘어갔고 작품 활동 범위도 늘어갔다. 지금도 괴롭힘이 있을지라도 지금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나의 신념과 그것을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이다. 그 분들께 감사한다. 



자신의 신념을 밝히는 작가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만화에서 너무 당연히 여겨지는 표현들에 대해서도 문제 의식을 제기하고, 조금씩 변화하려는 노력들이 많이 보이는데.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 지금까지 나를 불편하게 해 왔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쁘게 생각하면, 모든게 다 불편하다. 어떠한 것도 마음 편히 볼 수가 없다. 정말 모든 것들이 힘들고 우울하고 짜증이 나고 자연스레 엄청 피곤해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되는 것 같다. 일단 알고 나서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사쟈툰 팬아트, 짤방 등의 2차 창작물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쟈를 그려 주실 때 저를 태그해주시면 정말 고맙다. 사쟈를 치면 사실 동사처럼 인식이 되서 위시리스트(i wish to buy..)가 가장 많이 뜬다. 드라마 도깨비할 때는 사람들이 ‘저승 사쟈’를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본의 아니게 드라마 내용을 다 알게 되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사자솜 작가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그리고 싶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우선은 밝은 이야기 위주로 해보고 싶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정말 쉽지만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정말 정말 어렵기 때문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밝은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싶다. 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많이 이야기해보고 많이 생각한 다음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당시에는 노력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미흡한 관점에서 그려진 것들이 꼭 존재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결국 진보해나가는 과정이니까..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지만 지금은 지적되고 변화해나가려고 노력하는 것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세븐픽쳐스 뱃지창고  펀딩 프로젝트 :

뱃지의 집에 어서오세요 : 사쟈뱃지와 뱃지 보관용 에코백


리워드 후원 링크 > https://7pictures.co.kr/products/saj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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