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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Feb 17. 2017

뱃지 만드는 일이 쉬운게 아니야

을지로 뱃지 공장 '만수 메달' 이야기

뱃지 공장 이야기 ‘만수 메달’


 준비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뱃지 공장의 아저씨들이 '돌아가는 기계'에 손으로 뱃지를 하나씩 대서 깎는 부분이었다. 가끔 살점도 함께 깎여서 다음 일이 밀리는데, 고객한테서는 전화가 계속 온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여러 일이 생겨 데드라인이 밀리기 일쑤, 그래서 기한을 넉넉히 잡는다고. 그리고 을지로에는 이 일들을 이어갈 사람이 많지 않아, 서로에게 '우리 오래 일하자'고 농담식 독려를 한다. 뱃지에 들어가는 색도 하나 하나 직접 입힌다, 기계가 아니라. 그래도 요즘 굿즈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좋다고, 우리가 만드는 뱃지 품질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셀카도 안찍으니 촬영은 하지말라 하시면서도 하나라도 더 이야기해주려고 하셨다.



요즘 뱃지 수요가 많아지고 있지 않나


 작년부터 캐릭터 제작 뱃지나 특이한 뱃지들이 많이 들어왔다. 전에는 금속명찰이나, 단체를 상징하는 심볼릭 뱃지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작가들이나 단체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들을 직접 만들거나 수익 창출 목적으로 뱃지 제작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최소 수량이 있으니 가지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제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부업으로도 디자인하는 개인 창작자들도 많아지다 보니 요즘 작가님들과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오늘날 뱃지가 그저 달고 다니는 심볼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취급을 받는다. 예술가의 작품을 뱃지 안에 넣으려고 하니 시안은 점점 복잡해지고, 만들기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을지로 뱃지 가게의 모습


뱃지는 기계로 만드는게 아니다. 손으로 한다. 


뱃지를 만드는 과정은 기계식 자동화가 아니고 ‘가내 수공업’이다. 뱃지 하나 만들기 위해서 5-6개의 공장을 거친다. 조각집에 의뢰해서 조각이 나오면, 찍어서 다시 다듬는 공정과 도금 공정을 거쳐서 뱃지가 만들어진다. 공장이 모여 있지도 않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 10일 넘게 걸린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렵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데드라인을 조금 넉넉히 잡는다. 


연마, 다듬과 광내는 과정을 하나 하나 손으로 직접 한다


과정


1.시안 작업 (시안 수정 및 확정)

2.금형 작업 (조각)

3.단조 (찍어내기)

4.연마 (다듬고, 광내기) 

5.도금 (금, 니켈, 동도금 등)

6.색 넣기 (주사바늘로 색 주입 후 가마에 굽기)

7.조립 후 발송


호쾌하게 웃는 뱃지 공장 아저씨


기본 칠 뱃지일때나 이 정도지, 색을 테두리 라인과 맞게 채우는 수지칠 뱃지 같은 경우에는 색을 넣은 이후에 깎고 다시 광을 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뱃지 공장 아저씨들


을지로 공장

                             

 공장 아저씨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일하시는 환경이 되게 열악하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퀄리티를 되게 중시하기 때문에 컬러 하나를 만드는 데도 30-40분씩 걸린다. 물론 우리도 퀄리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하나 하나 신경을 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 부분을 아셔야 한다. 색을 넣을 때 사람이 주사바늘로 하나하나 주입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먼지가 조금 들어갈 수 도 있다. 신경은 쓰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들을 다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색을 주입하는 과정


하나 하나 찍어내는 과정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공정들을 모르니까 “왜 먼지가 들어가요?” “왜 선 굵기가 달라요?” “왜 색이 조금씩 달라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창작자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조각바늘 각도에 따라서 선이 조금씩 굵어지거나 얇아질 수 있다는 부분을 이해해주시면 더 좋은 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끔 가다가 “선 굵기는 꼭 몇 미리, 이렇게 나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분들은 정중히 거절하게 된다. 왜냐하면 100%로 수작업이므로 종이로 인쇄한 것과 똑같이 제작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만들기 힘들다고 해서 가져 온 뱃지는

뭔가 더 전투력이 생겨 한번 시도해보게 된다



을지로의 후계자 문제

 

아이들이 초등학생, 중학생인 기술자 아저씨들이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안좋다. 누구든 가서 보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3D 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니, 젊은이들이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을지로에는 이 일들을 이어갈 사람이 많지 않아, 서로에게 '우리 오래 일하자'고 농담식으로 서로 독려하곤 한다. ‘인당 한 명씩 후배 양성’을 목표로 하자고 서로 건네곤 한다. 

 

              

돌아가는 기계에 뱃지를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다듬는 일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기술자가 많이 없으니까 개인 경조사가 생길 경우에 며칠씩 밀리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생길 수 있다. 그 분들 모두 인간적으로 일하시기도 하고. 공장에서 찍어내는게 아닌, 수공업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특정 단계 공장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쭉 밀린다. 전화는 전화대로 오고. 때문에 정해진 퇴근 시간도, 명절도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사람이 너무 없어 공장 아저씨들은 새벽까지 일하시고도 일이 밀려있다. 그래도 요즘 굿즈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좋고, 우리가 만드는 뱃지 품질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계신다. 



만수메달의 자부심



배송이 되었을 때 뱃지가 잘나와서 고맙다는 문자를 많이 받을 때 뿌듯하다. 컬러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그래서 작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많이 나는 것 같다. 포장 작업을 할 때 다시 하나 하나 검수한다. 불량을 최소화하려고 하나 하나 검수하는데, 100개씩 하는게 정말 눈이 많이 아프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신경 써서 한다. 그냥 나오면 검수없이 보내지 않느냐는 오해도 있는데, 우리는 “절대 그냥 보내는 건 없다”라는 생각으로 일한다. 원래는 두 개씩 봐야 속도가 나는데, 하나씩 일일이 본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정직하게 만들어서 고객님을 만족시키는게 최우선 목표이다.



세븐픽쳐스 '뱃지창고'  프로젝트

100여개의 뱃지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2월 17일 - 3월 20일)


둘러 보기 : https://7pictur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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