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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Mar 09. 2017

3.5cm 작은 뱃지 안에 우주와 대륙을 담다

뱃지 덕후에서 직접 창작까지

예쁜 것들 전성시대, 작은 사치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금속 뱃지. 작은 금속 뱃지를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달고 다녔던 보이스카웃, 국회의원 뱃지를 생각하면 큰 오산. 작은 금속 안에 놀이동산과 서커스장이 담기기도 하고 우주와 아프리카가 펼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을 따르는 팬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해서 더욱 궁금해졌다. 실제 친구이자 네임드 창작자, ‘자취 요정’과 ‘에베베베’님을 만났다. 그리고 이들은 예쁜 것을 보면 현금인출기에서 10만 원부터 뽑고 시작한다는 열성 소비자이기도 했다. 


행성 뱃지


뱃지가 일단 예전에 생각하던 ‘뱃지’와는 너무 다르다. 기껏해야 유니폼에 달려있는 회사 뱃지가 떠오르곤 했는데 우주와 대륙이 3.5cm 뱃지 안에 들어있는 게 놀랍다. 언제부터 창작을 시작했는지? 


요정) 오래되지 않았다. 뱃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 불과 3-4개월 정도밖에 안됐다. 창작을 한 것도 그 이후였다. 에베베베(이하 에벱)님과 친구여서 하루는 이태원에서 만났는데 가볼 곳이 있다고 하더라, 이태원에 후룻샵이라는 뱃지샵이었다. 처음에는 권유로 하나 샀는데 달고 다녀보니 예쁘고 좋더라. 그리고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갖고 싶은 뱃지를 만들기 위해 최소 제작 수량인 100개나 만들어야 되니까 SNS를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에벱님이 뱃지샵에서 10만 원 넘게 쓰는 것을 보고 이해를 못했는데 내가 만들어보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하. 어쨌든 시작은 내가 갖고 싶어서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구입해서 정말 놀랐다.. 


에벱) 원래 귀여운 걸 모아놓는 걸 좋아해서 달지 않더라도 쌓아놓는다. 나는 좋아만 했다면 자취 요정님은 실천력이 좋아서, 언니 내가 이런 업체들 알아왔어! 이런 식으로 조금씩 알려주면서 진행하더라. 잘 키웠다. 나도 그 후에 제작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지금 만들고 있는 뱃지는 퀄리티가 상당한데, 처음 만든 뱃지가 궁금하다. 


요정) 처음 만든 건 게임 캐릭터 뱃지였다. 에벱 님이 영화 스타트렉, 우주 이런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같이 흥미가 생겨서 우주 뱃지를 제작하게 되었다. 또 기존  시리즈를 보완해서 밸런타인데이 에디션을 만들기도 했다.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색을 다르게, 디테일을 더 추가해서 제작했다. 그다음이 지금 만드는 행성뱃지 시리즈이다.


우주 뱃지


에벱) SF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 만든 뱃지도 2차 창작인 스타트렉 뱃지다. 스타트렉의 경우 정말 늦게 보게 됐는데 작품 자체의 테마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원작 드라마도 챙겨보게 되고 미래지향적이고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스타트렉을 좋아하 보니 우주를 좋아하게 됐다. 


스타트랙 뱃지


둘 다 뱃지에 담아내려는 세계관 스케일이 남다른데, 지금 만들고 있는 행성 뱃지와 아프리카 뱃지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듣고 싶다.


요정) 처음엔 게임 굿즈로 시작했다가, 스타트렉을 좋아하는 에벱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우주를 담은 뱃지를 제작하게 됐다.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나도 한번 우주를 사랑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 



뱃지 통판 초창기에는 뱃지들 가격이 보통 5-6000원이었는데, 가격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정성 들여 디테일을 살린 뱃지를 만들고 싶었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컸고, ‘파본이 많이 나오게 되면 내가 갖지 뭐’라고 생각했다. 제작을 진행하면서 많은 분들이 내가 만든 뱃지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져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자취 요정님 뱃지 시리즈를 다 모으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듣고 싶다. 구매 후기 하나하나 감사하고,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뿌듯하다.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나도 한번 우주를 사랑해보자


아프리카 뱃지


에벱) 창작뱃지는 처음이다. 음.. 그냥 막연하게 아프리카 좋았다. 나사에서 무슨 아프리카 사진을 올렸는데, 일식과 월식이 겹쳐 노을 같기도 하고 저녁 같기도 하고 그런 신비한 이미지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실은 맨 처음에는 이것보다 훨씬 단순한 디자인으로 만들려고 했었다. 




지난번에 뱃지 만들었을 때 파본때문에 많이 시달려서 디자인만 만들어놓고 잠시 뱃지를 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번 뱃지전 참가 추천을 받았는데, 단순한 디자인으로 하기가 조금 그래서 아예 시리즈를 만들게  됐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색감이 굉장히 예뻐서 많이 반영했다. 이번에는 목표금액 안 채워져도 그만, 채워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편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확실히 이걸 통해서 하니까 확실히 접수를 받는 부담이 없어서 좋은 것 같다. 


뱃지를 팔아서 몇백만 원이 모금되는지 처음 알았다. 생각보다 뱃지를 좋아하고 모으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요정) 나도 처음 뱃지 팔기 시작했을 때는 잠을 못 잤다. 너무 큰 금액, 그것도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이 이렇게 많이 들어오니까 걱정되더라. 정말 많은 분들이 뱃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에벱) 근데 그만큼 니즈가 많은 것 같다. 뱃지가 작년 10-11월부터 지금까지 가장 잘 나가는 굿즈가 됐다. 갑자기 수요가 늘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뱃지를 만들고 사는 과정을 상당히 즐기시는 것 같다. 혹시 따로 고충이 있다면?


요정) 가끔 일반 쇼핑몰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때 조금 힘들다. 요즘은 그런 분들이 안 계시지만, 예전에는 빠른 시간 내에 질문에 답을 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간혹 계셔서 부담이 되었다. 배송의 경우도 생각지 못한 일들이 생긴다. 포장할 때 안전 봉투에 넣어서 배송을 하지만, 배송기사님이 막 던져서 파손이 되거나 할 경우에는 정말 난감하다.


좋은 분들이 훨씬 더 많지만, 무조건 화부터 내고 보시는 분들이 간혹 계셔서 그 스트레스 때문에 아마 에벱님도 그만하시려고 했던 것 같다. 어떤 날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나와있는 상태였는데 본인의 요구사항을 꼭 당장 처리해달라고 하셔서 약속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도 있었다.


에벱) 제작업체에서도 파본으로 취급하지 않으시는 부분들도 소비자분들 경우에는 전부 교환 요청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선 얇아지거나 먼지 같은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 이에 대해 미리 공지를 해도 화를 많이 내시는 분들이 계셨다. 아무래도 착불과 재발송으로 돈도 많이 나가고. 2차 창작 같은 경우에는 내가 좋아서 하지만, 창작 뱃지는 누가 사주려나?라는 부담까지 있어서 접으려고 했었다. 우선 이런 부담이 덜어져서 제일 좋은 것 같다. 디자인 제작하는 부분까지는 부담 없고 좋은데, 접수받고 보내고 하는 부분이 가장 힘들다. 



하나 둘이 아닌 것 같다. 감정 노동이 이만저만 아닐 것 같다. 


요정) 나는 뱃지 제작 시 상업용 확장용 라이선스를 구입하고 폰트도 무료 폰트나 직접 구매한 유료 폰트로 하나하나 다 따져서 제작을 한다. 그런데 그걸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비슷하게 따라 하면 좀 난감하긴 하다. 한 번은 당사자와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따라한 건 아니지만 보긴 봤다’라고 말씀하셨다. 믿고 알겠다고 말은 하지만 조금은 스트레스받을 때가 있다.



에벱) 나는 파본이 정말 신경 쓰였던 것 같다. 100개를 주문하면 온전히 오는 게 아니다. 파본이 더 많을 때도 있어서 업체를 바꿨는데, 또 커뮤니케이션이 안돼서 색이 제대로 안 나오거나 재료를 잘 못쓰셔서 재제작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꼭 쓰고 싶었던 안료가 있었는데, 그걸 못 알아듣고 ‘일반 안료’를 쓰셔서 안 맞았던 적도 있다 그래서 하루는 종일 을지로를 돌아다니면서 이 부분만 수정해달라고 부탁하며 돌아다닌 적이 있다. 원래 나오기로 한 색으로 바꿔서 배송해야 하니까. 


이름이 되게 특이한 것 같다, 자취 요정과 에베베베라니.


에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막 만들어서 에베베베인데 이게 굳어져 버렸다. 하하. 계정 이름인 OnePinze이것도 우스갯소리로 뱃지의 왕이 되라고 원피스를 따라 해서 원핀즈로 한 거다.


요정) 초창기 닉네임이 야근 요정이었다. 뱃지 제작용으로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싶은데 딱히 생각나는 이름이 없어서 자취 요정으로 했다. (내가 자취를 하니까..) 우주와 행성 뱃지를 처음엔 시리즈로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만들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닉네임인 자취 요정과 이상한 갭이 있긴 한데 사람들이 자취요정님의 행성뱃지라고 칭해주시다 보니 이름을 바꿀 수도 없겠더라. (하하) 지금 트위터 계정의 캐릭터는 트위터 친구분인 이카님이 그려주셨다, 이게 자취 요정님과 함께하는 아기 곰팡이라고. 너무 귀엽다.


                                   창작자들의 심볼, 프로필 사진 (좌) 아기 곰팡이, (우) 뱃지의 왕, 원핀즈



벌써 팬까지 생긴 것 같은데 생각보다 뱃지 만들기 시작한 지 정말 얼마 안 된게 신기하다, 그런데 상당히 준비되고 숙련된 느낌이 든다. 


요정) 둘이 예전에 같이 회사를 다녔었는데 에벱님 옷에 달린 뱃지가 맨날 바뀌더라. 그래서 뱃지 자체는 접한 지가 꽤 오래되어서 제작에도 큰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제작을 시작할 당시에는 백수여서 뱃지 제작에 올인해서 더 준비된 느낌이 있는 듯하다.


에벱) 아, 구매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했다. 눈으로 익힌 게 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UE8) 갔을 때 둘이 갔는데 굉장히 땀 흘리면서 샀다. 현금인출기 찾아서 십만 원씩 뽑아서 열심히 경쟁적으로 돌아다녔다. 내가 그림책이랑 일러스트 책이랑 독립출판물 되게 좋아한다. 남이 만든 예쁜 건 무조건 갖고 싶다. 호구다. 

내가 지금 수입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잠시 멈췄지만 회사 다닐 때는 뱃지 정말 많이 샀다. “이 정도 예쁜데 당연히 사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있다. 


“이 정도 예쁜데 당연히 사야 되는 거 아니야?”


뱃지 외 또 콜렉팅 하는 게 있을까? 


에벱) 그림책, 가챠(작은 피규어), 작은 인형 정도 있는 것 같다. 장난 아니었다. 관심 없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아 예쁜 건 알겠어’ 근데 이걸 이 돈 주고 사?라는 생각을 할 거다.


요정) 아마, 콜렉팅 한 거 다 파시면 차 한 대 뽑으실 거다


에벱) 일단 예뻐서 모으고, 저 뱃지 때문에 무지 티를 주로 산다. 무지 천가방이나. 티나 가방에 제일 잘 어울린다. 1300k와 같은 디자인 샵에서 파는 크로스백 같은 데 걸어도 예쁘다.



아마, 콜렉팅 한 거 다 파시면 차 한 대 뽑으실 거다


하고 싶은 오프라인 굿즈 행사가 있는지? 실제로 뱃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과 만나보고 싶지 않나


에베 ) 단순하게 뱃지만 파는 뱃지 온리전을 생각해보긴 했다. 그래서 뱃지 창작자들끼리 교류회도 준비한 건데, 오프라인에서 하게 되면, 제가 UE8(Unlimited Edition 8) 가서 쓸어왔던 것처럼 배송비도 덜 들고 좋을 것 같긴 하다. 대신 장소가 쾌적했으면 좋겠다. 


요정 ) 오프라인 행사가 있으면 정말 좋긴 하겠다. 하지만 뱃지전 같은 걸 하게 되면 얼마나 판매될지 몰라서 준비과정이 부담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뱃지 제작자 교류전 같은 경우에도 새로운 뱃지가 아니고 B급 뱃지 교류전이었다. 파본이나 조금 하자가 있는 걸로 진행을 했었다. 아무래도 기존에 제작하셨던 분들 중에서도 재고가 많이 남아있는 분들이 있긴 하니까, 그것들만 시범적으로 모아서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새로 준비를 하게 되면 어렵고 애매하다. 


앞으로 두 분의 뱃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어떤 뱃지를 만들고 싶은지


요정) 부담스럽긴 하지만 태양계를 다 만들고 싶다. 지금은 새로운 뱃지 디자인을 내면 예전 디자인의 뱃지를 원하시기도 해서 다른 곳에서 번 수입을 뱃지 제작에 재투자를 해왔다. 미래에는 내 방에 큰 액자를 걸고 태양계 뱃지를 전시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에벱) 예쁜 게 더 나왔으면 좋겠다. 하하. 금속에다가 디테일이 구현돼서 나오는 게 뱃지의 매력이다. 외국에서는 핀뱃지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되어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고 수요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 방에 큰 액자를 걸고 태양계 뱃지를 전시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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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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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cm 뱃지 속에 담긴 3,036만㎢의 거대한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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