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넷플연가 Mar 02. 2017

모든 성소수자 군인 및 예비 군인들을 지지합니다!

'Gay Army Rights' 프로젝트, 전나환 작가


한국에서 태어난 남자들은 군대를 간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들어온 시간순으로 2년이나 계급 놀이를 하는 특이한 경험.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겪는 건 어디서 또 할까 싶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 다양한 경험, 다양한 취향. 세상의 다양함이 모이는 곳, 군대.  


GAY ARMY RIGHTS


그런데 군형법 제92조 6항은 모인 사람들에 대한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호 간의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행위 역시 처벌하겠다고 말한다. 왜 동성 간의 성행위는 이성 간의 성행위와는 다르게 처벌받아야 하나. 그래서 1만 2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군형법상 ‘추행’ 죄 폐지를 위한 청원에 참여했고 계속되고 있다. 이를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전나환 작가의 “Gay Army rights” 프로젝트. 을지로에 위치한 전나환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차가운 맥주 한 캔을 나눠마시고 담배를 함께 피우며 이야기를 했다. 





작업실의 아이들이 인상적이다. 색이 예쁘다. 

내가 좀 색을 잘 쓴다. 조금은 집착하면서 아이들 얼굴만 그리기 시작한 게 2013년도 정도부터다. 시리즈로 그렸다.


아이들이 정면을 보고 있지 않고 옆을 보고 있는데? 

정면을 보고 있는 게 ‘너무 당당해 보인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면을 보고 있으면 어떤 주장을 하거나 입장을 취한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릴 때는 무언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도 않았고 특정 입장을 가지기도 싫었다. 자유롭게 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어떤 사건이나 일이 있었나

그림 속 아이들이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진공관에 들어가 있는 상태가 되고 싶었다. 소리나 외부 환경에서 일절 벗어난 상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내가 너무 많이 영향을 받고 있단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다. 

광주에 있었다가 서울로 올라올 즈음이었는데,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사회 전체가 정서적으로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자꾸 보도가 되고 이야기되는데 그 정보들로부터 닫혀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너무 힘들었고 주변 사람들이 룰루랄라 잘 사는 걸 보면 또 화가 나고. ‘밑에 지금 애들이 있는데’ 하면서 괴로웠고 아예 모르는고 싶은 상태가 되고 싶었다. 어떤 사건 하나 때문에 한 사람이 이 정도로 영향을 받을 수가 있구나 싶었다. 


그때 상태가 작품에 강하게 반영된 것 같다. 지금 그리고 있는 싸이클롭스도 마찬가지인가?

그때는 내가 게이라는 이야기를 조금씩 주위에 할 수 있었던 시기다.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을 때부터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즈음 전시가 들어왔고, 이걸 시리즈 작업물로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갤러리 메이 전시


갤러리 메이에서 했던 전시는 커밍 아웃을 하고 있는 상태에 대해 그렸던 전시다. 그리고 ‘내가 게이 작가야’하고 드러내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안테나를 세우고 밖에서 일어나는 LGBT 관련 이슈들에 더 눈을 돌리게 됐다. ‘알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주위 일들로부터 셔터를 내리고 싶다는 느낌은 희미하게 조금씩 있다. 


‘싸이클롭스’ 게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의 모습이라고 들었다

뭐,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남자로서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남성성에 대해서 끌리는 게 있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다. 게이들이 좋아하는 자기를 어필하기 위해서 몸을 키우거나 머리를 짧게 깎고 수염을 기르기도 한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자기를 가꾸고, 그런 컨텐츠를 보고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경향이 있긴 하다. 남성성이 강한 모습에 끌리기 때문에 자기가 그런 모습이 되려고 하는 거다. 


그런 모습들 중에서 저런 외모들이 많이 보였다. 수염을 기르고 몸을 크게 키우고. 속은 모르지만 겉은 남성미가 드러나는 어떤 모습들. 그래서 일단 게이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잡은 것도 있고. 게이들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마음도 있었다.


갤러리 메이 전시


반응이 어땠나, 앞으로도 계속 싸이클롭스 작업을 하는 건가

다들 너무 좋다고! 너무 섹시하다고 한다. 하하. 지금까지는 평면작업들을 해왔는데 입체적인 작업들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거기에는 저 거인들도 나오겠지만, 좀 더 새로운 모티브, 다른 인물들이 등장할 것 같긴 하다. 


중요한 부분은 이전에는 ‘나를 위해서’ 작업을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나를 포함 다른 사람’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는 거다.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니까 작업이 자꾸 어디 후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다른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더 생기고 있다. 


얼마 전 발행된 매거진 <뒤로>의 첫 번째 발행호 주제도 군대였다고 알고 있다. Gay army rights 역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문제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화두가 되는 것 같은데.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모른다. 게이들의 이야기는 게이들만 거의 안다. 뭐하고 사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일단 게이들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고충을 드러내기가 어렵다. 자꾸 드러내 주는 역할을 누군가가 해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고 나는 작업을 통해서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군대와 관련된 문제를 그림으로 그려서 작년에 한번 포스팅을 했다. “한국에 동성애자들을 처벌하는 법이 있다”라고. 다른 한국에 있는 법 중에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법은 없거든. 그런데 왜 군형법에는 차별적으로 처벌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배지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싶은 생각이었다. 


GAY ARMY RIGHTS



문제가 되는 법이 ‘군형법 제92조 6항’이라고 들었다. 어떤 법인가?

동성애자 차별적인 처벌을 내리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성과의 성행위와는 다르게 동성 간의 성행위는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예전부터 이 법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들은 계속 있어왔다. 군형법 추행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을 냈었는데 두 번 다 좌절했었다. 그래서 또 2017년에 국회에 청원을 했었다. 1만 200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예전에는 92조 6항에 원래 ‘군인들끼리 ‘계간’을 할 경우에는 처벌을 받게 된다’고 적혀 있었다. 성행위가 아니고 계간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섹스가 아닌 섹스를 계간이라고 칭한다. 혐오감을 덧씌우고 동성애자를 저격하고 만든 법이다. 이제는 항문 섹스로 단어가 바뀌긴 했다. 그저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할 뿐이다. 물론 군대이기 때문에 성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 무분별 없게 하는 것에 대해서 제재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동성 간의 성행위 자체에 형사 처벌을 한다는 건 문제고 바뀌어야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실제로 이 일들에 도움을 주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활동가들, 변호사 분들이 계신다. 이미 복무하고 있는 친구들도 처벌을 받게 되었을 때야 이 법이 있다는 걸 안다. 이 법이 있다는 것 걸 다른 게이들도, 예비 군인들도 미리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후원하는 ‘Gay Army Rights’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분들이 앞으로 해야 할 행사나 활동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꼭 후원을 어떤 방식으로든 하고 싶었다. 성 소수자를 위한 변호사 단체나 ‘친구 사이’라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게이 인권 단체 등이 모여서 계속 이런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다뤄야 될 일도 많고, 싸워야 할 일도 많으니 함께 가야 되지 않겠나 싶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줄여서 군 네트워크)가 주축이 되는데 이 곳에 후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끔 “이러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 사람들도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고,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스스로에게 ‘니 일이나 잘하지’라고 다그치곤 한다. 



그런 생각이 들어도 자기 검열 없이 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많은 성소수자 단체들이 후원이 없으면 유지가 안 되는 단체들이 정말 많다. 활동도 못하고, 사무실도 구하지 못하고. ‘그럼 나는 돈을 엄청 많이 벌어서 후원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있으니 활동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할 줄 아는 걸 해야지라고 단념하곤 한다.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 하는 상황이다. 


매일 저녁 군대에서는 ‘성 군기 위반 행위를 금지한다’라는 말을 단체로 외우고 취침을 하기도 한다. 법 외에도 주변 인식 자체도 성소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혹여나 성행위를 군대에서 하게 된 경우에 마음속에 계속 죄책감을 안고 산다. 초등학교 교육부터 그전에 가정교육이나 미디어에서부터, 애들의 부모부터 처음부터 다시 인지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동성애와 관련된 사회적 인식이 많이 없는데, 동성애 관련 창작물을 주변에서 거의 본 적이 없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더 계속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도 입장이 다르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르다. 방향성도 다 다르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들을 겨냥할 수도 있고, 사회를 가리킬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동성애자들만이 즐길 수 있는 작업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책처럼. 게이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문화 콘텐츠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우인 만화가의 ‘로맨스는 없다’와 같은. LGBT들을 위한 콘텐츠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게이 멤버들이 같이 만든 연극도 얼마 전에 올라갔었고, 이 이야기를 만들어서 무대에 올렸다는 것 자체가 기념할만한 일이다. 바로 옆 나라 일본 같은 경우에는 게이를 겨냥한 만화의 수가 엄청나다. 매달 나오는 게이 잡지도 있고, 그것도 아주 두꺼운.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사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이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이우인 작가의 '로맨스는 없다'



특별히 원하는 창작물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나오는 게이 잡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90-2000년도 즈음에는 버디라는 잡지가 계속 지속됐었는데 그게 폐간되고 난 뒤부터는 한동안 없었고 독립 출판물이 간간이 나왔다고 알고 있다. 조금 더 세련되고 읽을거리가 있는 잡지가 매거진 <뒤로>다. 아, 그리고 다음 달부터 월간으로 나오는 무가지(free paper)가 있다. 친구랑 세 명이서 준비를 하고 있다. 4월호부터 시작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나오는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 지겨워” 할 정도로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들이

미국 TV쇼에서 게이 캐릭터들이 아주 평범한 캐릭터로 소개가 된다. ‘섹스 앤 더 시티’만 봐도 우리 주위에 흔히 있는 사람들이고 예전처럼 ‘패셔너블하고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여성스럽고’로 묘사되다가 주위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넘어온 지 많이 됐다. 우리나라도 그런 지점까지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직 게이는 외국에서 들어온 ‘변태 문화’라고 여전히 얘기는 사람도 있고. 이게 ‘어느 천년에 변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힘이 쫙 빠진다. 한국 사람들은 게이들을, 성소수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장애인들을, 외국인 노동자들을 자기와 같은 사람들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이니까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뿐. 


“어, 나도 게이야”
“어, 너도 니?”



즘은 특별히 관심을 가지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작업에 관련된 걸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한’ 상태가 계속됐다. 계속 자료를 찾는다던지 아이디어를 글로 계속 쓴다던지, 그 시간에 대부분을 할애한다. 연애를 하기 때문에 조금 바뀌었지만 친구들을 만나도 머릿속에는 작업 생각만 계속 났던 것 같다. 시간을 내서 여가를 즐기거나 그렇지는 못한다. 굳이 내세우자면 ‘인스타그램?’ 하하. 그리고 과거에 게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다. 60-70년대 어떻게 살았는지. 딱히 사료들이 없다. 책이 나온 것도 없고, 누군가가 기록을 해놨다면 보고 싶고 만나보고 얘기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잘되어서 후원을 하고 싶다. 




7Pictures 뱃지창고  펀딩 프로젝트 :

모든 성소수자 군인 및 예비 군인들을 지지합니다!

전나환 작가의 'Gay Army Rights' 프로젝트


리워드 후원 링크 > https://7pictures.co.kr/products/gayarmy

매거진의 이전글 흥을 깨는 자, 페미니즘 굿즈 브랜드 ‘킬조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